[이혜경기자] 경제개혁연대가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PEF(사모투자전문회사)에 매각해 풀려 한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3일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경제민주화 관련법 내용을 들여다 본 결과, 이 같이 판단된다고 논평했다.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는 '일감 몰아주기'를 규제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소유제한을 9%에서 4%로 환원하는 은행법 및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안(이하 금산분리 강화안) 등의 경제민주화 법안이 통과된 바 있다.
이번에 통과된 금산분리 강화안은 산업자본의 PEF 지분 출자 기준을 개별 산업자본일 경우에는 10%, 다수 산업자본일 경우에는 30%로 하향 조정했다. 기존에는 각각 18% 미만, 36% 미만이 기준이었다.
◆금산분리 강화안, PEF의 은행 인수 길 열어준 것
경제개혁연대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배 방지안의 핵심은 'PEF를 통한 간접지배 가능성 차단'인데, 이번 금산분리 강화안은 다수의 산업자본이 PEF를 통해 은행을 간접 지배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2009년 금산분리를 완화한 날치기법 이전의 관련법안에서는 다수 산업자본의 합산 출자 한도가 20% 미만이었다. 따라서, 전날 통과시킨 법안은 36%에서 겨우 6% 줄어든 30%를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즉, 산업자본의 PEF를 통한 은행 지배를 약화시키는 흉내만 냈을 뿐, 사실은 PEF의 은행지배를 위해 길을 뚫어줬다는 얘기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이번 법안 개정안의 발의 당시 출자제한 기준은 '개별 10%, 합산 20%'로, 날치기법 이전으로 환원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정부가 합산 기준을 20%보다 높은 30%로 높이자는 수정 의견을 내 최종 반영됐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한 금융위의 사전 포석"이라고 해석했다.
박근혜정부의 금융관련 최대 현안이 우리금융 민영화인데, 민영화 공개입찰에 다수 PEF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이다.
정부는 최근 우리은행과 지방은행, 우리투자증권 등을 분리해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상태다. 먼저 팔릴 것으로 보이는 지방은행과 증권을 먼저 팔겠다는 의도다.
문제는 우리금융그룹의 '몸통'인 우리은행 매각인데, 정부는 외국자본과 재벌은 안되고, KB금융 인수 등 메가뱅크 방안도 안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정부는 '공적자금 최대회수'라는 원칙하에서 최대한 좋은 값에 매각해야 해 속을 끓이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 같은 상황에서는 PEF를 통한 매각 밖에 방법이 없다"며 "따라서 금융위가 의도적으로 PEF의 은행 소유 규제에 최대한의 여지를 남겨놓으려 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대통령·국회, 상충하는 민영화 목표 우선순위 정해야
이와 관련해 경제개혁연대는 "PEF를 통한 우리금융 민영화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외환은행을 인수했던 론스타 사례처럼, PEF는 한시적으로 경영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후 되팔고 나가는 것이 목적이라는 것이다. 또 5~10년 후 PEF가 떠날 때 다시 인수주체를 찾아야 해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는 점도 거론했다.
아울러, 이처럼 성공하기 어려운 'PEF를 통한 민영화' 방안은 관료들이 '열심히 했지만 마땅한 입찰자가 없어 실패했다'고 면피할 수 있는 '알리바이'로 전락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경제개혁연대는 "▲조속한 민영화 ▲금융산업 발전 ▲공적자금 최대 회수 등 양립할 수 없는 목표를 조건으로 관료의 손에만 맡겨서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대통령과 국회는 상충하는 목표들 간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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