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마이크로소프트(MS)가 11년 만에 최대 규모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MS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개별제품 중심으로 구성됐던 조직을 '장비와 서비스'의 결합을 강화하는 쪽으로 바꿨다.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가 11일(현지 시간) 그 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조직 개편 방안을 공식 발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발머 CEO는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하나의 마이크로소프트(One Microsoft)'란 메모를 통해 "우리는 여러 사업 부문별 전략을 모아놓은 게 아니라 단일 회사의 단일 전략 아래 결집하려고 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 "이런 변화를 통해 우리 전략을 각 장비와 서비스 부문에 좀 더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줄리 라르손-그린, 핵심 실력자로 부상
발머는 이날 회사 조직을 ▲엔지니어링 ▲마케팅 ▲비즈니스 개발 및 에반젤리즘 ▲고급 전략 및 리서치 등으로 개펀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 외에 지원 부서로 ▲재무 ▲인사 ▲법무 ▲최고운영책임자(COO)등이 포진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조직 개편의 핵심은 엔지니어링 부문 밑에 있는 4개 사업 부문이다. 발머는 그 동안 제품 중심으로 구성돼 있던 사업 부문을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클라우드 및 엔터프라이즈 ▲장비 및 스튜디오 등으로 재구성했다.
특히 발머는 사업부문별 사장을 없애는 대신 부사장 직함을 부여, 각 부문간 협업을 강조했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단일 전략'을 강화한 이번 조직 개편으로 MS는 그 동안 개별 제품들이 고립된 섬처럼 구성돼 있던 조직 운영 방식을 탈피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를테면 기존 조직에서는 PC 운영체제와 모바일 운영체제가 별도 사업부문으로 운영됐다. 하지만 MS는 이번 조직 개편을 통해 운영체제 부문을 하나로 통합했다. 운영체제 부문은 윈도 폰 수장 역할을 해 왔던 테리 마이어슨이 맡게 됐다.
이에 따라 마이어슨은 앞으로 윈도폰 뿐 아니라 PC 운영체제인 윈도와 X박스 소프트웨어 및 운영체제까지 통합 관리하게 됐다.
이번 조직 개편에서 가장 두드러진 인물은 윈도 부문 공동 책임자였던 줄리 라르손-그린이다. 차기 CEO 후보로까지 떠오르고 있는 라르손-그린은 MS의 핵심 하드웨어 사업 부문을 전부 총괄하게 됐다.
윈도 서피스 태블릿과 X박스를 비롯해 게임, 음악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지휘하게 된 것. 사실상 앞으로 MS의 수익을 책임질 모든 사업 부문은 라르손-그린 휘하에 들어가게 된 셈이다.
온라인 서비스부문 수장이었던 퀴 루는 애플리케이션 및 서비스 부문 수장을 맡기로 했으며, 사탸 나델라는 클라우드 및 엔터프라이즈 부문 수장에 임명됐다.
◆토니 베이츠 스카이프 사장, 비즈니스 개발 총괄
이번 조직 개편에서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인물은 토니 베이츠 스카이프 사장이다. 지난 해 MS에 회사를 매각한 뒤 사내 독립 사업부문으로 스카이프 부문을 이끌던 토니 베이츠는 이번에 비즈니스 개발 및 에반젤리즘 그룹 수장으로 임명됐다.
토이 베이츠는 앞으로 비즈니스 개발 및 협업 전략 등에 주력할 계획이다. 또 MS의 각종 제품을 외부로 알리는 역할과 함께 야후, 노키아 등 파트너사들과의 협업 전략도 책임지게 됐다.
반면 오피스 부문 사장 역할을 해 왔던 커트 델벤은 이번에 은퇴하게 됐다. 한 때 MS 내 실력자로 꼽혔던 크레이그 먼티 수석 자문 역시 이번 조직 개편에서 소외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수석 리더십 팀을 이끌던 그는 발머를 위한 특별 프로젝트 팀을 맡았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프로젝트인지는 명기돼 있지 않았다.
발머는 새로운 조직이 협업에 방점을 찍을 것이란 점을 강조했다. 이를 통해 MS란 '하나의 경험'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내부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를 통해 "협업은 단순히 같이 지내기 좋다는 것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발머는 "협업이란 팀 내부 뿐 아니라 여러 팀들이 효과적으로 조정해서 결과를 만들어내고 좀 더 좋은 제품을 더 빨리 만들며, 고객과 주주들의 가치를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발머는 또 "우리는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모든 것들을 위한 단일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2002년 이후 최대 규모 개편, 성공할 수 있을까?
MS가 이처럼 대대적인 조직 개편은 단행한 것은 2002년 이후 11년 만이다. 2002년 조직 개편 당시 발머는 개별 제품군 중심으로 9개 사업 부문으로 나눴다.
하지만 이후 IT 시장에 '탈 PC바람'이 불면서 MS의 조직이 지나치게 경직돼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제품군별로 독립된 섬처럼 구성돼 있어 유기적인 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 이런 점 때문에 2000년대 중반 이후 애플을 중심으로 한 IT 혁신 바람에서 한 발 소외돼 있었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발머가 이번에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 것은 이런 비판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MS의 이번 조직 개편에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BGC 파트너스의 콜린 질리스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조직 개편은 MS가 태블릿과 모바일 시장에서 한 발 뒤쳐져 있다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면서 "급진적인 변화를 통해 목표를 성취하겠다는 점을 효과적으로 선언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크로스 리서치의 리처드 윌리엄스 애널리스트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역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리처드 윌리엄스는 "MS의 문제는 대단한 아이디어가 없는 점이 아니라 그 아이디어들을 실행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MS의 이번 조직 개편이 관료조직을 최소화해서 아이디어를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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