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무기자] 채동욱 검찰총장이 법무부의 감찰착수 지시 한 시간 만에 전격 사퇴한 것에 대해 야권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모처럼 조성된 여야간 대화 모드에 빨간불이 켜졌다.
야권은 채 총장의 사퇴에 대해 "청와대와 국정원의 검찰 흔들기의 결과"라며 깊은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특히 최근 국정원의 대선개입 의혹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여권과 갈등을 벌인 미묘한 시점에서 채 총장에 대한 '혼외자식' 의혹이 불거진 것을 정권의 '음모론'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야권은 내란음모 혐의를 받고 있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사건이 검찰 수사로 넘어간 것과 관련 채 총장 사퇴 이후 검찰발 공안 정국이 연출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정호준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모처럼 검찰 독립이 뿌리 내리려는 시점에 검찰총장을 흔들어서 옷을 벗기는 것은 검찰을 권력의 시녀로 길들이려는 음모"라며 "현직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은 사상 유례 없는 일로 총장을 욕보여 옷을 벗게 하려는 의도임이 명백하다"고 문제 삼았다.
정 원내대변인은 또 "더욱이 검찰이 한참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국정원을 조사하는 중에 이런 일이 생긴 것에 대해서도 민주당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야당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현직 검찰총장에 대해 감찰을 지시한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라며 "국정원 대선 개입 재판에 대한 간섭이자 공안정국의 시작이요, 우리 검찰의 불행한 역사의 반복"이라고 질타하고 있다.
야권 법사위 의원들은 오는 16일 국회 법사위를 소집해 이 사안의 현안을 파악하고 대책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단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대통령과 예정된 다음주 3자 회동에서 제기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한길 대표 측은 "3자 회동에서 이번 사건을 의제로 삼아 제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3자 회동 이후로 검찰이 또 다시 권력에 길들여질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를 바라보는 야권의 우려는 크다. 향후 여론의 향배가 정권의 의중이 반영된 '검찰총장 쫓아내기'로 돌아설 경우 모처럼 조성된 여야의 화해 국면이 다시 경색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채송무기자 dedanhi@i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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