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은기자] 유동성 위기에 처한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등 3개 금융 계열사를 매각한다. 또한 계열사의 일부 사업부와 자산도 매각해 총 3조3천억원 이상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가격, 현대증권의 경쟁사 대비 높은 비용율 등 매각 장애요인이 많아 매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 3사·자산 등 매각···3조3천억원 조달 계획
현대증권은 23일 "현대그룹이 다양한 재무구조 개선 방안 중 하나로 현대증권을 비롯한 현대저축은행, 현대자산운용의 매각 등 자구계획을 발표했다"고 공시했다.
현대그룹은 금융 3사를 모두 매각하고 금융사업에서 철수한다. 금융 계열사 매각을 통해 7천억~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또한 현대상선이 보유한 항만터미널사업의 일부 지분을 매각하고 벌크 전용선 부문의 사업구조를 조정한다. 이를 통해 약 1조5천억원을 수혈한다는 계획이다.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호텔도 매각해 3천400억원 이상을 조달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상선이 보유한 국내외 부동산, 유가증권, 선박 등을 팔아 4천800억원을 확보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부산 용당 컨테이너 야적장과 미국·중국 등지의 부동산, 보유 중인 유가증권도 포함된다.
현대상선의 외자유치와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의 기업공개(IPO) 추진으로 3천200억원 이상을 마련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또한 내부 구조조정도 함께 추진한다. 현대상선과 현대아산을 비롯한 다른 계열사들이 포함된다.
현대그룹은 이 같은 자구책으로 1조3천억원 규모의 부채를 상환해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주요 3개 계열사의 부채비율을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3분기말 부채율 493%에서 200% 후반대로 대폭 감소시킨다는 방침이다.
◆"시가 대비 높은 가격 등 장애요인 많아···매각 시간 걸릴 듯"
그러나, 이같은 현대증권의 계획에 장애요인이 많아 매각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적지 않다. 현대증권이 보유한 지분·계열사 등의 장부가격이 시가보다 높은 점, 경쟁사 대비 높은 비용 등이 걸림돌이 될 것이란 지적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M&A(인수합병) 성사 여부의 핵심 사안은 가격적 요소"라며 "만일 우리투자증권 인수금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매력적인 가격에 M&A가 가능하다면 인수 주체는 비교적 많을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의 매각 추진 발표에도 장애요인이 많아 M&A가 성사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애널리스트는 근거로 "현대상선이 보유하고 있는 현대증권 지분의 장부가격이 5천941억원으로 시가 대비 매우 높아 매각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상환우선주를 포함한 현대증권의 지난 20일 기준 시가총액은 1조3천억원인데, 현대상선의 지분가치는 3천67억원으로 50%의 프리미엄을 붙여도 4천601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저축은행, 선박펀드 등 매각 가치가 장부가보다 낮을 가능성이 있는 자회사를 보유해 매각 시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의 총 계열사 투자금액이 총 6천351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저축은행의 장부가치는 지난 9월 말 기준 2천668억원이지만 순자산가치는 1천80억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현대증권의 경쟁사 대비 많은 인력으로 인한 높은 비용율, 낮은 생산성 등이 매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이에 따라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 시 노조와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해 구조조정에 대한 추가 비용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같은 전반적인 제약 요인을 고려해 볼 때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보유지분을 SPC(특수목적회사)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현대그룹 측이 높은 매각가격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 M&A 추진 과정에서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경은기자 serius0727@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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