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 ‘레노버 발 강풍’이 예고됐다. 구글로부터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3위 경쟁에서 멀찍이 앞서가게 됐다.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레노버는 30일(현지 시간) 구글로부터 모토로라 스마트폰 사업 부문을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대가로 넘긴 금액은 29억1천만 달러. 17개월 전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할 때 지불했던 125억 달러의 4분의 1에도 못 미치는 금액이다.
물론 구글은 모토로라를 넘기면서도 특허권은 그대로 보유했다. 또 조립폰 프로젝트 등을 추진하던 선진기술 및 프로젝트(ATAP)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면서 실리를 챙겼다.
하지만 레노버 역시 이번 거래를 통해 적잖은 것을 챙긴 것으로 풀이된다. 모토로라란 브랜드는 기본. 이번 거래를 통해 구글과 크로스 라이선스 계약을 함께 체결하면서 특허 방어막을 칠 수 있게 됐다.
◆북미-유럽 시장 공략 교두보 마련
지난 해 레노버는 화웨이, LG 등과 스마트폰 시장 3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IDC 자료에 따르면 레노버는 지난 해 스마트폰 4천550만대를 판매하면서 시장 점유율 4.5%를 기록했다. 레노버의 점유율은 화웨이(4.8%), LG전자(4.7%)에 근소한 차로 뒤진 5위 수준이다.
또 다른 시장 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자료를 토대로 할 경우 모토로라를 인수한 레노버는 3위로 부상하게 된다. SA 자료에 따르면 레노버와 모토로라를 합할 경우 지난 해 시장 점유율 6%에 이르게 된다.
이처럼 치열한 3위 경쟁을 벌이던 레노버는 모토로라 인수로 단번에 경쟁자들을 압도할 수 있게 됐다. 모토로라 브랜드를 앞세워 북미 지역 공략에 적극 나설 경우 시장 점유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레노버는 이번 거래 발표 직후 “모토로라 브랜드는 계속 유지한다”고 밝혔다. 레노버 측은 또 “모토로라 브랜드는 레노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3위 경쟁 중인 화웨이, ZTE 등은 미국과 유럽 시장에선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3위 경쟁 중인 업체 중에선 LG전자만이 북미 시장에서 나름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레노버가 모토로라 브랜드를 확보하면서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됐다. 모토X, 모토G 등 새롭게 내놓은 제품들을 앞세워 점유율을 키워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토로라 역시 미국 시장 점유율이 그다지 높은 편은 못 된다. 하지만 최근 들어 혁신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어 레노버에겐 큰 힘이 될 전망이다.
◆'PC 이후' 전략 수립에도 큰 힘 될 듯
외신들에 따르면 레노버는 미국에 있는 모토로라 사무실을 그대로 운영할 계획이다. 데니스 우드사이드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들도 자리를 그냥 지킬 예정이다. 모토로라가 최근 발표한 제품 프로젝트도 예정대로 추진한다.
레노버 입장에선 모토로라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취약 지역이던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 나선다는 계획인 셈이다.
레노버는 지난 2005년 IBM PC 사업 부문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엔 서버 사업까지 손에 넣으면서 하드웨어 부문을 강화했다. 하지만 레노버는 PC 이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PC 플러스 전략’에 큰 힘을 받게 됐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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