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기자] 정부 차원의 규제 총량제 도입 및 일몰제 활성화 논의가 활기를 띠고 있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각종 인허가 제도나 정부 행정지도 등 보이지 않는 규제, 이른바 '홍길동 규제'에 대해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고 나서 주목된다.
26일 전경련은 이같은 "보이지 않는 규제가 더 무섭다"며 규제를 규제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 규제' 사례를 발표했다.
규제총량제는 규제수나 규제로 인한 비용의 상한을 정하고, 규제 신설시 그만큼의 기존 규제를 폐지하도록 하는 방식. 박근혜 대통령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며 규제 개혁의 의지를 표명하는 등 이같은 규제 총량제 도입이 가시화 되고 있다.
그러나 전경련은 '눈에 보이지 않은 규제'는 규제로 등록․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규제총량제를 도입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이 지적한 보이지 않는 규제는 실제로는 개인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지만 그 형식이 법에 근거하지 않는 규제를 뜻한다. 구두지도·행정지도, 권고·지침, 적합업종, 기부채납, 조세 등이 이같은 규제의 대표적인 예라는 것.
◆"대기업의 시장진입 제한, 법적 근거 없다"
특히 전경련은 정부의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가 법으로 규정됐던 중소기업 고유업종과는 달리 '민간합의'를 바탕으로 시행되고 있으나 사실상 규제라는 주장이다.
동반성장위원회와 정부는 자율제도여서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권고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지키지 않을 수 없다는 것. 중기청이 권고·공표·이행명령 등을 통해 대기업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실질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2012년부터 공공기관 구내식당 입찰에는 대기업이 참여할 수 없는 것도 법령이 아닌 기획재정부 내부 지침을 근거로 하고 있고, 대기업의 MRO 시장 참여 제한의 역시 법적 근거가 아닌 동반성장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전경련에 따르면 이같은 보이지 않는 규제는 정부 인허가와 관련해서도 상당수가 존재하고 있다.
실제 지난연말 안전행정부는 인허가 처리실태 특별감사를 통해 7개 지자체에서 총 40건의 부당 인허가 거부·지연사례를 적발한 바 있다. 특히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춘 인허가 신청을 반려하거나 불허가 한 사례 역시 총 40건 중 11건으로 27.5%를 차지했다.
이중에는 법적 요건을 모두 갖춘 건축허가 신청을 구청장의 지시로 불허하거나, 법적 근거 없는 소유자동의서, 가처분권자동의서 등 과도한 서류제출을 요구한 경우도 적잖았다.
지자체의 기부채납 요구 역시 사업승인을 담보로 요구되는 보이지 않는 규제로 기부채납을 관철시키기 위해 사업승인을 지연시키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설명이다.
전경련은 이외에도 '보험민원감축 표준안'과 같은 각종 행정지도·구두지도, 자본시장법상 100% 이상을 규정하고 있는 '영업용순자본비율(NCR)'에 대한 금감원이나 국민연금의 150%나 250% 요구 등 법보다 강력한 권고와 지침 등도 보이지 않는 규제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또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아 전체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법·조세 관련 내용, 원재료비 등 원가인상에 따른 가격 인상 요인에 대해 정부당국자가 나서 가격인상을 억제하는 행위 등도 규제 아닌 규제로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고용이 규제개혁팀장은 "국민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사실상 규제들이 많지만 규제로 등록되지 않아 규제개혁의 대상과 관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를 높이려면 이같은 행정지도, 권고·지침 등 보이지 않는 규제도 등록․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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