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단말기 제조사에 공문을 보내 출고가 인하 등을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이날부터 이동통신사 영업 정지로 인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한데다 출고가 인하 요청까지 더해지면서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미래부는 지난 12일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단말기 제조사에 이동통신 단말기 출고가 인하와 중저가 단말기 출시 협조를 위한 정식 공문을 발송했다.
미래부는 공문을 통해 이통사의 출고가 인하 및 중저가 단말기 출시 확대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래부의 공문은 지난 6일 최문기 장관과 이동통신 3사 CEO간 간담회의 후속조치다. 당시 최 장관은 출고가 20% 인하, 30~40만원대 중저가 단말 출시 확대 등을 이동통신 3사에 요청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제조사들은 정부 정책에 말을 아끼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삼성, LG, 팬택 등 국내 제조사들은 미래부 공문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지 않았다.
"공문을 어제 받아 아직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다"라는 이유도 있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일에 언급하기 어렵다"라는 것이다.
다만 이날부터 이동통신사들이 순차적으로 영업정지에 돌입하면서 단말기 판매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 제조사들은 출고가 인하에 대한 압박 아닌 압박까지 받으면서 이중고를 우려하고 있다.
이날 방송통신위원회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추가 과징금과 함께 영업정지를 결정, 각각 7일과 14일을 추가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업정지건으로 향후 판매 전략을 어떻게 세워야할지 고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출고가 인하 공문까지 받으니 당황스럽다"라고 말했다.
특히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LG전자와 팬택은 1분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평균 판매량의 최대 8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제조사들은 공문을 받은 이후 당장 어떻게 조치를 취해야할 지에 대해 특별한 방향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 정부가 출고가 인하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지만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만큼 이를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출고가 인하에 대해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어렵고 시장상황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며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합의, 경쟁사의 할인율 등을 봐가며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만큼 이른 시일 내 조치가 나오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잘못된 이동통신 시장을 고치지 않고 요금이나 출고가만을 뜯어고치라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처럼 보조금으로 좌지우지 되는 시장이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출고가를 내리면 판매 축소라는 결과밖에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속내를 내비치기도 했다.
김현주기자 hann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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