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기자] "안철수 교수가 제1 야당 대표라니…", "야당 대표나 하려고 (정치로)간 거는 아닐 텐데…"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와 10여전 IT 바닥에서 한 우물을 마시던 몇몇 사람들의 애정(?) 어린 탄식입니다.
한 때 잘 나가던 벤처 사업가에서 교수로, 또 18대 대통령 후보에 이어 정치인이자 야당 대표로 변신에 변신을 거듭한 안철수 대표에 대한 격세지감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작금의 안철수 대표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각과 전망은 사뭇 달랐습니다. 한마디로 미묘했습니다.
한 분은 착한디 착한(?) 안 대표가 험한 정치판에 뛰어들어 의원수 130석을 가진 거대 야당의 대표가 됐다니 참으로 걱정되면서도 대단하다는 뉘앙스였습니다. 한 마디로 권모술수가 난무한 정치판에서 앞으로 잘 견뎌낼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서습니다.
그러나 다른 한 분은 IT업계에서도 항상 이기는 게임만 했던 안 대표가 한낱 야당 대표나 할려고 정치의 길로 들어서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대망을 향한 그의 정치 행보에 초점을 맞추려는 듯 했습니다.
안 대표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은 과거 IT 업계에서 그를 바라보던 시각이 정치인 안철수로 착근되면서 사람들마다 여러 스펙트럼을 만들어 내는 듯 했습니다.
사실 그동안 모호한 새정치를 내걸고 현실과 동 떨어진 이상 정치만 외친다는 비판을 받아온 안철수 대표가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국민들이 그에게 요구했던 '새정치' '정치개혁' 바램이 희석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들이 많습니다.
호랑이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 착호갑사(捉虎甲士)가 호랑이는 잡지 않고 스스로 또 다른 호랑이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일 겁니다.
과거 민주당과 새정치연합의 합당 명분이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재검토 결정 역시 안 대표가 기성 정치인과 다를 바 없는 그런 정치인으로 변해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대표적입니다.
'당원과 국민의 뜻을 다시 묻겠다'며 민주적 절차를 내세웠지만 애초 무공천 철회를 염두에 두고 결국 출구전략을 택했다는 것이죠. 선거 패배와 그에 대한 책임 부담 때문에 안 대표 스스로 소신을 버린 결정이라는 해석도 적지 않습니다.
이 물음에 대한 답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무공천 투표 결과를 보고 내려야 겠지만 고비 때마다 '말을 바꾸는 정치인'의 한계에서 안 대표도 예외는 아니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안철수 대표가 차기대선 후보 1순위로 꼽히는 이유는 그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다수의 기대 때문입니다.
민주화운동 시절 정치는 스스로 부정의 대상이었고 민주화 이후 정치의 부재 속에 정치는 냉소의 대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찰나에 평생 정치 물을 먹어 본 적도 없는 안철수라는 사람이 우리 정치를 바로잡겠다며 '새정치'를 들고 나왔습니다. 국민들은 그가 신념과 책임 윤리를 겸비한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었고, 그런 그가 제1 야당의 대표로 정치개혁을 이끌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약속 정치'를 내세우며 꿈쩍도 하지 않던 안 대표는 '기초선거 무공천' 재검토 결정으로 신뢰의 이미지에 상처가 불가피하게 됐습니다. 물론 자신의 소신은 여전히 무공천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번 결정이 회군이 아닌 (대표 직을 건)정면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라고 해명했지만 이번에도 '철수' 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9일) 당원투표와 국민여론 조사 결과 안철수 대표의 뜻대로 무공천이 확정될 수도 있습니다. 그럴 경우 안 대표의 리더십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내 입지도 역시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무공천 방침이 번복될 경우 정치인 안철수의 행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 또한 예전만 같지는 못할 거 같습니다.
정진호기자 jhj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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