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미국 뉴욕 맨하탄 시내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1시간 30분 가량을 달리니 인근 도시 포킵시에 자리잡은 IBM 리서치 센터가 보였다.
9일(현지시간) 찾아간 글로벌 IT 기업 IBM의 리서치센터는 휘황찬란할 것이라는 기자의 선입견과 달리 조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바로 여기서 '서버의 혁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메인프레임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메인프레임 생산 과정 따라가보니…'5일 내 출고' 고객과 약속
20여 개의 동(棟)들이 모여 있는 단지 안에는 연구개발(Development Engineering)을 위한 건물과 제조(Manufacturing Engineering)를 담당하는 곳이 인접해 있었다. 연구개발이 끝난 제품은 제조 단계로 넘어가게 된다.
생산 과정을 따라가봤다.
제조동에 들어가자 11개의 리프트 스테이션(Lift Station)이 펼쳐졌다. 아직 분기 초라 그런지 바쁘게 돌아가고 있진 않았다. 평소 160명 정도가 2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업무가 많은 날은 35년 이상의 경력을 소유한 은퇴한 직원들을 파트타임으로 불러 함께 일하기도 한다.
특히 자동차 생산의 컨베이어 벨트와 달리 하나의 리프트 스테이션에서는 한 명의 고객이 주문한 제품 그대로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이뤄졌다. 대부분은 IBM이 메인프레임이라 부르는 시스템z를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면 조립을 시작으로 제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얼마일까.
복잡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고객에 닿기까지 5일을 넘지 않는다. '5일의 시간' 동안 제품은 이곳에서 온도, 전압 등을 조절해가며 '최악의 환경'에서 견딜 수 있는지 검증 받는다. 메인프레임의 경우 섭씨 0도에서 30도 사이에서 견딜 수 있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는 냉각시스템에 대한 적용 테스트(Feel Station)도 한다. 물을 이용한 수냉식과 공기를 쓰는 공냉식 두 가지로 고객과 똑같은 환경에서 진행된다.
마지막 단계는 고객이 최종적으로 메인프레임에 올려 사용할 애플리케이션에 대한 테스트다. 5일 중 이 단계에서 2~3일이 소요된다. 동내 총 98개의 테스트 공간이 마련돼 있다.
모든 메인프레임이 포킵시만을 거치는 것은 아니다. IBM 리서치센터에서 만난 폴 드레이크(Paul Drake) 엔지니어는 "싱가포르에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고객은 주로 싱가포르에서 담당하며 포킵시는 미주 지역 고객을 기본으로 한다"고 말했다.
다만 메인프레임의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부품인 멀티칩모듈(MCM)에 대한 생산과 테스트는 이곳에서만 진행된다.
◆문제 생기면 '콜홈 서비스'…최초의 메인프레임 '시스템 360'
'문제가 생기면 집에 전화해라?'
IBM 리서치센터를 방문하면서 알게 된 '콜홈 서비스'도 흥미를 끌었다.
콜홈 서비스는 제품이 어느 곳에 있든 문제가 생기면 고객이 포킵시로 연락을 취하도록 한 정책이다. 이를 통해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부품) 만들었는지 분석해 부품제공업체들과 함께 대응하게 된다.
50년 전 나온 최초의 메인프레임 컴퓨터인 '시스템 360'도 볼 수 있었다. 본체와 타이프라이터, 기록용 테이프 등이 하나의 세트로 이뤄져 있었으나 저장 용량은 오히려 지금의 스마트폰보다 작았다.
센터는 1990년대 초반부터 '엔지니어링 위크'를 시작해 지금까지 운영해오고 있기도 하다. 이는 인근 지역 고등학생들이 방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이들이 엔지니어링과 과학, 수학에 대한 관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일종의 산학협력이자 사회공헌이다.
한편 메인프레임의 신제품 주기는 2년 정도이며 마지막으로 발표한 건 지난 2012년으로 z엔터프라이즈(EC12)였다.
포킵(미국)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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