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의 화려함이 다였던 2세대(2G) 중심의 우리나라의 통신서비스는 2009년 말을 기점으로 급변한다. 3G와 4세대(LTE) 초기 스마트폰 1.0 시대를 넘어 이제 데이터 무제한요금제가 활성화한 스마트폰 2.0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면 TV 수상기에서나 가능했던 영상 서비스뿐만 아니라 사물간 전자장치를 제어하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막대하게 늘어나는 통신 데이터 사용량에 맞물려 통신사들의 투자도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이동통신 30주년을 맞아 통신 서비스의 혁명을 가져오고 있는 스마트폰 시대의 라이프스타일의 변화와 향후 만물인터넷 시대(IoT) 시대를 전망해본다.[편집자 주]
[허준기자] 지난 2009년 11월28일. 이른 아침부터 서울 잠실 실내 체육관 근처에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날 오후 2시에 열릴 예정인 KT의 국내 최초 아이폰 개통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다. 맨 앞줄에 선 1호 개통자는 전날 오전 11시30분에 현장을 찾았다. 꼬박 하루를 넘게 줄을 선 것이다. 수백명의 대기자들이 체육관 밖에 까지 길게 줄을 늘어서 아이폰 개통을 기다렸다. 휴대폰 개통을 위해 줄을 서는 모습은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었다. '아이폰 쓰나미'는 이렇게 시작됐다.
아이폰은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불과 열흘만에 판매량은 10만대를 넘어섰다.
지금은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 5천500만명 중에 3천800만명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지만 2009년만 해도 스마트폰 가입자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국내 스마트폰의 역사는 아이폰을 시작으로 얘기할 수 있다.
이후 삼성전자와 LG전자, 팬택 등이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하면서 본격적인 스마트폰 전성시대가 열렸다.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2009년 12월 80만명 수준에 머물렀던 스마트폰 가입자 수는 2010년 6월, 70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한달에 100만명 이상 스마트폰에 가입한 셈이다.
2011년에는 스마트폰 가입자 수 증가에 가속도가 붙었다. 3월에는 가입자 수 1천만명을 돌파했고 같은해 10월, 2천만명을 돌파하며 스마트폰 대중화 시대로 진입했다.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하는 데이터 트래픽의 양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미래창조과학부의 무선데이터 트래픽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2년 1월, 국내에서 발생한 무선 데이터 트래픽은 2만9천748 테라바이트였지만 2014년 3월에는 8만7천926 테라바이트로 3배 가량 늘었다.
전세계적으로도 데이터 트래픽 폭증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시스코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전세계 모바일 데이터 트래픽은 1.5 엑사바이트지만 오는 2018년에는 15.9 엑사바이트까지 11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폰이 준 충격, 국내 휴대폰 시장 요동
되돌아보면 아이폰의 등장은 우리나라 휴대폰 시장에 혁명같은 파급력을 가져왔다. 그동안 2G 피처폰 밖에 몰랐던 국민들이 '휴대폰의 진화'를 경험한 것이다.
아이폰이 국내에 상륙하기 직전까지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제조사들은 기능보다 디자인에 집중했다. 심지어 프라다폰, 아르마니폰, 휴고보스폰, 베르사체폰 등 이른바 명품 브랜드와 손잡고 고가의 장식이나 디자인을 화려하게 만든 휴대폰들을 쏟아냈다.
당시 아르마니폰은 135만원, 프라다폰이 88만원에 출고됐다. 권은희 의원실이 2012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2009년 이통3사의 단말기 평균 출고가격은 58만~65만원 수준이었다.
통화중심의 2G폰은 PC나 마찬가지인 스마트폰과 달리 폐쇄형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말하자면 통신사와 갑을관계인 콘텐츠프로바이더(CP)들이 통신사와 계약을 맺고 원하는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다.
통신사의 눈밖에 나면 하루아침에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는 열악한 구조였다. 통신사가 무선인터넷 서비스메뉴 상단에 서비스를 위치해주지 않으면 매출이 수직급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이같은 비상식적인 갑을관계의 구조가 불과 5년전까지 만연했다.
애플 아이폰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 LG전자의 G시리즈, 팬택의 베가 시리즈 등이 활성화하면서 콘텐츠(애플리케이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이런 ‘비정상의 정상화’가 무선인터넷 서비스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ICT 업계 관계자는 "아이폰이 가져온 핵심적인 충격은 하드웨어(단말기)만 예쁘게 만들면 되는 줄 알았던 우리 ICT 업계에, 소비자 커뮤니티와 이를 플랫폼화해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 애플의 사업방식이었다"며 "통신산업, 제조산업의 핵심이 껍데기(hardware)가 아니라 알맹이(sw)라는 것을 그때서야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그제서야 스마트폰 시대의 핵심이 SW에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애플 따라잡기에 사활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2010년부터 스마트폰 관련 연구개발 인력을 집중적으로 스카우트, 2012년까지 2년간 삼성이 스카우트한 스마트폰 관련 연구인력이 1천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옛 지식경제부는 지난 2010년 2월 소프트웨어 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일상을 바꾸다
스마트폰은 그동안 음성통화와 문자전송에만 휴대폰을 사용하던 우리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고 있다.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는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PC를 켜야 했지만, 이제 PC 대신 스마트폰을 통해 인터넷 검색을 한다.
업무를 위해 PC를 켰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이메일을 주고받는다.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모바일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하고 게임 등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취미생활을 즐긴다.
대중교통 안의 풍경도 바뀌었다. 지하철 등 대중교통 안에서 신문을 펼쳐보는 풍경이 익숙했지만 이제는 신문을 보는 사람들이 사라졌다. 신문을 보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뉴스를 본다. 아침마다 지하철역 출입구에서 배포되던 무료 신문은 어느새 자취를 감췄다.
뉴스를 보는 것 뿐만이 아니다. 짬을 내 동영상을 시청하거나 간단한 게임을 즐긴다. 포털 사이트에 접속해 원하는 정보를 찾아본다. 지하철 운행정보도 스마트폰으로 간단히 확인한다.
통신사의 문자서비스를 이용하기보다는 무료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게 됐다.
전 국민을 슬픔에 잠기게 한 세월호 침몰사고 당시 상황을 명확히 분석하기 위해 검경합동수사본부가 선택한 것은 통신사 문자 분석이 아닌 승선자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확인하는 쪽이었다.
◆산업 지형도도 바꾼 스마트폰
스마트폰이 바꾼 것은 비단 사람들의 일상뿐만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ICT 산업 지형도가 완전히 바뀌고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지면서 기존에 있던 상품들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산업은 게임기 산업이다.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DS'로 최강자로 군림했던 닌텐도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에서 즐기는 모바일게임이 급성장하면서 매출이 크게 줄었다. 지난 2011년에는 사상 첫 연간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네비게이션, PMP, 전자사전, 디지털카메라 등의 산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네비게이션은 스마트폰을 통해 이통사들이 직접 서비스하기 시작했고 PMP, 전자사전, 디지털카메라 등의 기능은 스마트폰의 필수 기능으로 자리잡았다.
새롭게 각광받는 산업도 생겨났다. 스마트폰 케이스, 액정보호필름 등과 같은 액세서리 산업은 스마트폰 시장 성장과 함께 크게 성장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0년초 스마트폰 액세서리 시장규모는 2천500여억원에 불과했지만 2011년 5천억원, 2012년 1조원 이상으로 매년 100% 이상 성장했다.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수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들도 나타났다. 특히 게임 분야의 경우 모바일게임 분야가 크게 성장했다. '애니팡'이라는 국민게임을 개발한 선데이토즈의 지난해 매출은 476억원이다.
모바일메신저 카카오톡을 서비스하는 카카오는 스마트폰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회사가 됐다. 카카오톡의 가입자는 4천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입자들을 통해 카카오가 벌어들인 매출은 지난해에만 2천108억원이다.
그럼에도 스마트폰 중심의 통신 2.0 시대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허준기자 jjoon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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