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사이버 명예훼손 모니터링 강화 방침이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는 메신저마저 '감시'의 대상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로 해외에 서버를 둔 메신저로 이동하는 이른바 '사이버 망명' 현상도 생기고 있다. '모니터링 강화' 움직임이 급기야 카카오톡 감청 논란으로 이어지며 인터넷 세상이 '공안정국'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어린 시선도 확산하고 있다. 아이뉴스24는 '사이버 검열' 논란의 과정과 쟁점을 짚어보고 파장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독자 여러분과 함께 고민해보려고 한다. [편집자 주]
[정은미기자] 검찰이 지난달 사이버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한 수사를 강화키로 하면서 대한민국이 '사이버 검열' 논란에 휩싸였다.
사이버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을 막기 위한 검찰 차원의 대책이라고 하지만 정부 정책에 비판하는 국민의 여론을 막으려는 '신(新)공안시대'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인식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논란 속에 '카카오톡 감청' 이슈가 제기되면서 '텔레그램' 등 해외 모바일 메신저로의 엑소더스가 가속화되더니 급기야 지난 13일 이석우 다음카카오 공동대표는 "감청 영장에 불응하겠다"는 고강도의 대응책을 꺼내들면서 정치권 문제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검찰 "사이버 명예훼손, 위험수위 넘어"
'사이버 검열' 논란이 불거진 것은 지난달 18일 서울지방검찰청이 미래창조과학부, 안전행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경찰청, 포털업체 등이 참여한 대책회의가 발단이 됐다.
당시 검찰은 사이버상 허위사실 유포 대응방안으로 '선제적 대응 필요'를 발표했고, 피해자의 고소나 고발을 넘어 검찰이 인지만 해도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기존 방식에 비해 훨씬 적극적인 수사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같은 조치가 허위사실 유포와 명예훼손에 대해 선제적 대응 차원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고 말한다.
그동안 익명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악성 네티즌 때문에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아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지난 2008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 최진실도 인터넷의 악성 루머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을 심하게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제 연예인이라면 사실과 다른 악성 루머에 시달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될 될 정도다.
최근에는 명예훼손이나 악의적 유언비어가 연예인이나 유명인에 그치지 않고, 세월호사건 등 대형 사건사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피해자를 조롱하고 희화하는 병폐가 벌어지는가하면 전현직 대통령에 대한 악성루머가 사실인양 퍼져가는 것도 다반사다. 실제로 많은 네티즌들은 더 이상 인터넷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악의적·인신공격적인 허위사실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자체적으로 수사에 나설 것이라는 기준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검찰이 중점 수사 대상이 ▲근거 없는 폭로성 발언 ▲국가적 대형사건 발생 시, 사실관계를 왜곡해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는 각종 음모설, 허위 루머 유포 ▲공직자에 대한 악의적 중상·비방 등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이버검열 논란, '망명'으로도 이어져
하지만 검찰의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방침은 인터넷에서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확산했다. 검찰이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신설하자 반대의견이 줄을 이었다. 카카오톡이 감청을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카카오톡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수사기관이 언제든 내 대화내용도 들여다볼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걱정어린 시선이 늘고 있다.
나도 누군가의 감시를 받을 수 있다고 걱정하는 이들의 '사이버 망명'이 나타나기도 했다. 사적인 대화내용을 감시당할지 모른다는 우려에 카카오톡을 대신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기는 외국 메신저인 텔레그램으로 이용자들이 집단 이탈하기 시작한 것이다.
텔레그램은 대화내용의 해독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진 독일산 메신저다. 카카오톡이 독점하다시피 한 국내에서 텔레그램은 외국산 메신저 중의 하나에 불과했지만 검찰 발표 후 국내 애플 앱스토어 무료 카테고리 다운로드 순위에서 카카오톡을 제치고 1위에 올라있다.
이 메신저의 이용자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랭키닷컴에 따르면 검찰 발표 직후 일주일 사이에 텔레그램 공식 앱의 하루 이용자는 2만명에서 25만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지난 7일에는 한국어 버전까지 출시되면서 지난 5~11일까지 일주일간 이용자 수는 173만4천552명으로 전주의 107만6천144명에 비해 61.2% 급증했다.
공식 앱 이용자수에 외에 개방형 소스코드를 이용해 만든 비공식 앱 이용자수를 더하면 같은 기간 전체 이용자수는 262만4천788명에 이른다.
반면 지난 5~11일까지 카카오톡 이용자 수는 2천917만9천여명을 기록했다. 전주 사용자 2천923만5천772명보다 5만6천여명 줄어든 수치다. 카카오톡은 지난달 14일 이후 주간 이용자수가 매주 5만명 이상 감소하고 있다. 다음카카오측 역시 "가입자 추이가 다소 하락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현상은 카카오톡에 국한되지 않는다. 국산 모바일 메신저 전체로 이른바 모바일 엑소더스가 확산되는 양상이다.
검찰의 발표 이후 라인·네이트온·마이피플·챗온 등과 같은 한국 모바일 메신저 평균 이용자도 1주일 사이 167만명 가량 줄었다. 사이머 검열 논란이 카카오톡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전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검찰발 사이버 검열 논란으로 국내 대표 메신저의 이용자들이 줄고 있다"면서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생존이 걸린 문제로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국감에서도 여야 공방 뜨거워
사이버 망명은 국정감사에서도 최대 이슈로 떠올랐다. 법무부와 경찰청,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사정기관의 사이버 수사 배경에 정당성이 있는가'에 대한 여야의 질타가 한목소리로 쏟아졌다.
이처럼 여론의 반발이 심해지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13일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결국 검찰의 발표 중 일부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며 사과히며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황 장관은 " 메신저 실시간 감청은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고,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표현이 알려지면서 오해가 생긴 게 아닌가 한다"면서 "실시간 감찰, 감청의 오해가 생긴 부분은 잘못된 것으로 사과의 말을 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황 장관은 사고와 동시에 사이버 명예훼손 수사에 대한 의지도 재확인했다. 그는 "무차별 수사는 아니다"면서도 "악의적 명예훼손 사건에 대해 수사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대검도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실시간 모니터링'에 대해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에서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거나 이로 인한 고소·고발 등의 진정이 있을 경우 관련 증거 수집과 피해 확산 방지를 위해 게시글을 확인하는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검찰의 사이버 실시간 모니터링에 대해 우려의 시선은 걷히지 않고 있다.
인터넷 업계관계자는 "지금도 명예훼손이나 폭력적인 게시글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법적 책임을 묻고 있는데도 '사이버 검열'로 비치면서 네티즌들의 동요를 사고 있다"면서 "검찰이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다른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비판을 자초하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정은미기자 indiu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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