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판매량은 소폭 늘어났으나 점유율은 뒷걸음질치며 7%대 사수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판매량이 늘고도 점유율이 후진한 이유는 지난달 전체 미국 시장의 평균 판매 증가율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경쟁업체들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저유가로 인해 픽업트럭과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인기가 현지에서 크게 높아졌지만 현대·기아차의 해당 모델이 부재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 엔저를 앞세운 일본업체들의 판촉 공세에도 밀렸다.
4일 현대·기아차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시장에서 현대차는 4만4천505대, 기아차는 3만8천299대를 판매해 전년동월 대비 각각 1.1%, 3.5% 증가했다. 양사를 합친 총 판매량은 2.2% 늘어난 8만2천804대로 역대 1월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차종별로는 현대차의 경우 제네시스와 쏘나타가 각각 76%, 26% 상승한 2천573대, 1만2천363대가 팔려나가며 실적을 견인했다. 싼타페도 7천749대가 판매되며 15% 신장했다. 현대차의 1월 판매량은 7년 연속 증가했다.
다만 현지시장에서 가장 높은 판매고를 보이는 엘란트라(국내명 아반떼)가 전년동월 대비 3천대 이상 줄어든 1만2천240대 판매에 그쳤다.
기아차는 세도나(국내명 카니발)가 1천670대가 팔려 277.8% 증가했다. 쏘렌토와 쏘울도 각각 7천543대와 8천142대가 판매돼 실적을 견인했다. 최다판매 모델인 옵티마(국내명 K5)는 9천394대를 기록, 전년동월(9천979대)보다 판매량이 감소했다.
반면 현대·기아차의 지난달 시장 점유율은 7.2%를 기록, 전년동월 대비 0.7%p 하락했다. 이는 2013년 12월(7.1%) 이후 최저치다. 업체별 점유율은 현대차가 3.9%, 기아차가 3.3%로 각각 0.5%p, 0.2%p 하락했다.
미국 시장에서는 최근 저유가에 따라 픽업트럭과 대형 SUV의 수요가 늘고 있지만, 현대·기아차는 이에 대응할 만한 신차가 없었던 점이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힌다.
다양한 대형 SUV와 픽업트럭 모델을 보유한 GM(제너럴모터스)과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난달 판매증가율은 각각 18.3%와 13.8%를 기록했다.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업체들은 딜러에게 제공하는 판매장려금(인센티브)를 확대하며 선전을 이어갔다. 토요타는 지난달 15.6%, 닛산은 15.1%, 혼다 11.5% 판매가 증가해 모두 두 자릿수 이상 판매량이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기아차가 '제값 받기' 정책을 고수하며 인센티브 폭을 상대적으로 낮게 유지한 점도 점유율 하락의 요인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의 점유율 하락이 당분간 상승 반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재 환율 상황을 감안할 경우 향후 인센티브를 확대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인 데다, 최근 판매가 본격화된 쏘렌토를 제외하면 마땅히 예정된 신차가 없는 점도 향후 점유율 회복의 걸림돌이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신차 부재 기간동안 할부금융이나 리스 등 금융 서비스 강화를 통해 점유율 회복에 나서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는 최근 미국 시장에 출시된 쏘렌토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달 미국시장 자동차 전체 판매대수는 115만2천480대로 전년동월 대비 13.7% 증가했다. 최근 9년간 1월 판매증가율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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