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태훈기자] 사물인터넷(IoT)이 글로벌 IT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IoT 서비스 시장 규모는 올해 695억 달러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0년에는 약 4배 수준인 2천63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IoT를 구성하는 연결기기는 지난해 37억5천대에서 올해 48억8천대로 30% 늘고, 오는 2020년에는 250억대에 이를 전망이다. 소프트웨어·서비스·반도체 소자에 이르는 전 부분에 걸쳐 확산이 예상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등 세트업체부터 애플, 구글은 물론 인텔, 퀄컴 등 반도체 업체까지 가세해 각종 IoT 기기간 융합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는 기기간 연결을 돕는 플랫폼 구축이 IoT 시대 시장 주도권을 잡는 핵심요소라는 판단에서다. 당장 수많은 IoT 기기들을 연결하는 것부터 이를 위한 통신규격 등을 담은 글로벌 표준안 마련 및 선점을 위한 합종연횡도 활발해지고 있다.
◆스마트폰 학습효과, IoT시대 '플랫폼'파워 무한 확장
IoT 시대 플랫폼 선점 경쟁은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시대로 넘어오면 구글의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등 세트와 부품의 경쟁력이 운영체제(OS) 등 플랫폼으로 넘어갔던 학습효과도 한 몫했다.
여러 기기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 콘텐츠와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이 서비스와 기기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있다는 점을 확인 한 것. 제조 경쟁력 우위에도 소프트웨어 등에 뒤졌던 국내에 애플발 스마트폰 쇼크가 거셌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대응에 실기했던 노키아는 물론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이 PC시대 플랫폼 강자가 스마트폰 시대 부침을 겪으면서 시장의 경쟁 지형도가 바뀐 것도 한 순간이었다.
삼성이나 LG전자가 자체 OS 등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의지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인텔이나 MS, 퀄컴까지 나서 스마폰시대를 넘어 IoT 시대 새로운 플랫폼 패권 다툼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다.
더욱이 IoT 시대는 스마트폰은 물론 가전, 자동차 등으로 영역 확장이 무궁무진하다는 점도 기업들이 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다.
특히 IoT시대 플랫폼 경쟁의 패권은 역시 표준 선점에서 가려지게 될 공산이 크다. 표준을 선점하면 로열티, 콘텐츠 마켓 등을 통해 꾸준한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 이를 가져가지 못한 업체는 PC를 만들때 MS, 스마트폰을 개발할 때 구글 눈치를 봐야했던 과거를 반복해야 한다. 플랫폼 경쟁력 없이 하드웨어 차별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 역시 이미 스마트폰 경쟁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타이젠 앞세워 판 키우는 삼성, 합종연횡 '후끈'
전자업계는 물론 통신업계, 소프트웨어 업계, 자동차 등 이종산업에서까지 IoT 표준단체를 만들거나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합종연횡과 판키우기도 본격화 되고 있다.
세트에서 부품으로 이어지는 경쟁력을 지닌 삼성전자의 경우 IoT 시대 선점을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경우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초 자체 개방형 OS인 타이젠을 자사 스마트워치인 '기어2', '기어2 네오', '기어S' 등 웨어러블 기기에 탑재하면서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대비해왔다. 특히, 기어S부터는 자체 통신 기능도 지원, 웨어러블 기기만으로 자동차의 시동을 걸거나 원격 조정 등 활용영역을 더욱 넓혔으며, 올해는 모든 스마트TV로 적용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는 구글과 애플로 양분됐던 기존 스마트기기 플랫폼 경쟁에서 자체 OS를 적용한 새로운 생태계를 구축, IoT 시대에는 주도권을 가져가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인텔, 브로드컴, 델 등과 함께 사물인터넷 표준화 단체인 오픈 인터커넥트 컨소시엄(OIC)을 설립했다. OIC를 통해 운영시스템이나 서비스 공급자에 관계없이 IoT를 구성할 수십억 개의 기기간의 연결 및 상호운용성을 보장하겠다는 목표다.
이와 관련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지난 CES에서 "2년 내 삼성전자의 TV, 5년 이내에 모든 삼성전자 제품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할 것"이라며 야심찬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한 IoT 생태계 구축에도 의지를 보이고 있다. 개발자들이 OIC에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연간 1억 달러(한화 1천100억 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해 인수한 스마트홈 솔루션 개발업체 '스마트싱스'를 통해 무선 홈 제어 제품의 표준 연합 'Z-웨이브'에도 참여했다. 스마트싱스는 이 곳 이사회 및 주축 회원사로 지난 6일 참여를 공식화 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홈을 사물인터넷 시장을 위한 선봉역할로 내세운 것은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가전제품이 IoT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시장선점이 가능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오픈 플랫폼 기반의 스마트싱스 플랫폼을 통해 하나의 모바일 앱으로 150개 이상의 기기와 통신할 수 있는 중앙 허브를 구성·제어하는 솔루션을 제공, 1만명 이상의 개발자를 통해 100만개 이상의 스마트폰 앱을 개발해 놓은 상태.
삼성전자 측은 "IoT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각종 IoT 기기를 연결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구축하느냐에 있다"며 "삼성전자는 앞서 CES를 통해 이같은 개방형 전략을 선언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 '마이웨이' 애플·구글, IoT 눈독- LG·MS·퀄컴 '올조인'
애플과 구글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검증된 플랫폼 경쟁력을 IoT시대까지 이어가기 위한 독자적인 행보를 가속화하는 경우다.
구글은 지난해 디바이스와 네트워크 분야 사업자인 네스트랩스와 리볼버 등을 인수했다. 구글은 네스트랩스를 중심으로 상호호환이 가능한 IoT 구현 표준 연합체 '스레드'를 설립됐다. 이 곳에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ARM 등 일부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애플은 iOS와 같은 특유의 폐쇄성을 강점으로 했던 전략을 IoT시대에도 이어갈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애플은 이미 자체 스마트폼 플랫폼 '홈킷'을 공개한 바 있다. 아이폰을 중심으로 각종 가전기기를 연결하겠다는 전략이다.
MS는 퀄컴 등과 손잡은 '올조인(AllJoyn)'을 통해 권토중래를 꾀하고 있다.
퀄컴은 지난 2013년 리눅스 재단과 손잡고 LG전자, 시스코, MS, 소니, 파나소닉, 하이얼 등 전 세계 100여개 기업이 참여하는 IoT 연합 단체 올신얼라이언스(AllSeen Alliance)를 결성했다. 올조인은 이 단체에서 표준화한 오픈소스 기반의 IoT 플랫폼이다.
퀄컴은 특히, 자사가 강점을 갖고 있는 통신모뎀 칩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활용한 스마트카 시장으로 확장을 진행 중이다.
이는 자동차의 경우,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영역부터 자동차가 스스로 출발하거나 멈추는 등의 첨단운전자 지원 시스템(ADAS) 영역까지 IoT와의 가장 많은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시장을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LG전자가 자체 개방형 운영체제인 '웹OS'와 함께 '올조인'에 적극적인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승권 LG전자 사장 역시 CES에서 "타 브랜드 기기와의 호환성 향상을 위해 '올신 얼라이언스'의 올조인, 사물인터넷 글로벌 표준화 협의체인 '원엠투엠'과의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IoT 기술을 활용한 자동차 시장은 LG가 그룹차원에서 신성장사업으로 주목하고 있는 부분. 이에 따라 퀄컴과 LG전자는 IoT를 활용한 자동차 시장 영역의 생태계 확보에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전자는 자동차와 IoT를 접목하기 위한 기술 'V2X'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술은 차량 간(V2V) 통신, 차량-도로인프라간(V2I) 통신기술로 차량의 현재 위치와 주행정도, 도로 상황정보 등을 차량 간, 차량-도로 간 교환할 수 있게 해 안전한 자율주행을 가능하게 도와준다.
LG전자는 자체 운영체제 웹OS 기반의 스마트홈 확대에도 공 들이고 있다. 지난해 스마트TV에 탑재한데 이어 올해 웹OS를 순차적으로 스마트워치로 적용범위를 확대하는 등 IoT 시장선점을 위한 자체 플랫폼 경쟁력 강화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양태훈기자 flam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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