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 "한국 정치는 대통령 식민지 확인시켜"

[조석근기자] 무소속 천정배(사진) 의원이 국회법 거부권 파동에 대해 "이번 사건으로 한국 정치가 대통령의 식민지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된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을 질타했다.

천 의원은 28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박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권을 싸잡아 비난하고, 여당의 원내대표가 고개를 숙이고, 여당은 자신들이 찬성한 국회법 재의 투표에 불참하기로 당론을 모았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의 군부독재 이래 역대 대통령들은 국회 다수당인 여당을 지배해 국회와 정치까지 지배했다"며 "여당이 다수당이 못 될 경우 3당 합당, 인위적 정개개편, 대연정 등으로 국회에 대한 식민지배를 유지하려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열린우리당 시절 천 의원이 법무장관으로 입각한 참여정부의 노무현 전 대통령까지 언급한 것이라 주목된다. 천 의원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박정희 전 대통령 이후 모든 대통령이 마찬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천 의원은 "한국 정치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국회와 정당이 대통령의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하는 것"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의 위상과 입법권을 정상화한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선 "이처럼 중요한 의미를 간파하고 (식민지) 종주국 군주로서 자신의 위상을 재확인하고자 한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 종주국 군주의 위협 앞에 무릎을 꿇었다"고 비판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의 공개적인 사과에 대해서도 "가장 실망스러운 것이 유 원내대표의 굴복"이라며 "한국정치 발전에 결정적인 공헌을 할 절호의 기회를 날린 데 이어 그 자신이 국가적 지도자로 우뚝 설 기회까지 날렸다"고 평가했다.

천 의원은 "마지막으로 기대할 사람은 정의화 국회의장"이라며 "정 의장이 헌법에 따라 국회법 개정안을 재의에 부치겠다는 소신을 피력한 것은 입법부 수장으로 지극히 마땅한 일이고 고무적이다"라며 우회적으로 재의를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