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이제는 수출규모가 아니라, 부가가치 창출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 상반기에 6개월 연속으로 수출 감소세가 지속돼 우려의 목소리가 크지만, 수출규모만으로는 생산활동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16일 KDI의 정성훈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어떤 상품을 얼마에 팔고 있느냐'를 주로 봤던 기존 관점을 이제는 '어떤 생산활동을 통해 얼마만큼의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가'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자에 집중하면 수출보조와 고환율 등의 단편적인 정책에 매몰될 가능성이 높지만, 후자에 집중하면 투입물(input) 하나하나의 경쟁력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을 고민하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 연구위원에 따르면 선진국들의 서비스 부가가치 수출 비중은 대부분 50%가 넘고 제조업 중심국가인 일본, 독일, 대만도 이 비중이 45%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34.6%로 세계 평균치인 43.2%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석유화학, 전기전자, 수송장비 산업의 부가가치수출 비중은 43%에 그친다. 하지만 총 수출비충이 13.9%에 불과한 서비스업의 부가가치 수출 비중은 34.6%나 된다.
정 연구위원은 "현재 생산활동은 국가 간 분업화됐고, 한 산업의 상품을 구성하는 부가가치 중 상당 부분이 다른 산업에서 창출되고 있다"며 "특히 서비스는 상품의 중간투입물 형태로 간접수출되는 경우가 많아서 총수출 통계로는 서비스 수출규모를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에 부가가치 수출은 생산활동으로서의 서비스가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에 있어서 도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는 것을 부각시킨다고 덧붙였다.
◆제조업에 내재된 서비스의 부가가치 들여다봐야
정 연구위원은 이어 "제조업 상품에 내재된 서비스의 부가가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서비스부문의 경쟁력은 낮을 뿐 아니라 과거보다 더 떨어지고 있다는 것도 문제"라고 강조했다.
향후 금융, 유통, 지식기반의 사업서비스와 제조업간의 융합이 더욱 심화될 전망이고 이 부분에서 고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음을 감안한다면, 과감한 규제철폐와 서비스분야의 개방을 서둘러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또한 생산의 국내화를 유도할 필요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기업의 해외진출을 막자는 것이 아니라, 국내 생산환경을 개선해 국내에서의 생산이 더 효율화된다면 기업들이 자연스럽게 부가가치와 고용을 국내에서 창출하게 될 것이란 의견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높은 진입장벽 등 생산활동 저해의 핵심요인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봤다. 또 네트워크가 부족한 국내 중소공급자에게 해외 구매자를 연결해주는 양질의 플랫폼을 구축하면 국내 생산 촉진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정 연구위원은 이와 함께, 이 같은 정책들의 연계돼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총괄하고 조정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관련 정책담당기관들이 서로 소통하고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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