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韓 햄·고기 섭취량 발암 우려 수준 아냐"

[장유미기자] 최근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발암물질로 분류한 것과 관련해 우리정부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의 가공육과 적색육 섭취실태, 제외국 권장기준, WHO 발표내용, 육류의 영양학적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이같은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IARC 발표는 과도한 가공육 섭취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일 뿐 먹어서는 안되는 음식으로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식약처가 지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 국민의 가공육 섭취량은 1일 평균 6.0g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WHO가 발표한 가공육 매 50g 섭취 시 암발생율이 18%씩 증가한다는 내용을 감안할 때 이 정도 가공육 섭취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는 뜻이다.

또 식약처에 따르면 가공육의 색을 내거나 보존하는 데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의 섭취량도 우려할 수준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2009∼2010년 기준 한국인의 아질산나트륨 1일 섭취량은 WHO 1일 섭취허용량(0∼0.06㎎/체중 1㎏)의 11.5% 수준이었다.

식약처 관계자는 "적색육도 한국인의 1일 섭취량은 61.5g 수준"이라며 "WHO는 매일 100g 섭취시 암 발생률이 17% 증가한다고 발표했지만 이를 고려하면 한국인의 적색육 섭취도 걱정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또 식약처는 해외의 섭취 권장량과 비교해도 한국인의 가공육·적색육 섭취 정도가 심각한 수준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한국인의 가공육과 적색육 1일 섭취량 67.5g은 영국의 섭취권장량(70g)보다 낮았으며 호주의 섭취권장량(65∼100g)에서도 낮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WHO 산하 IARC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훈제, 염장 등을 한 햄, 소시지 등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1군 발암물질은 암을 유발한다는 근거가 확실한 경우에 해당하며 담배, 석면도 이에 해당한다.

또 WHO는 쇠고기, 돼지고기, 염소고기 등 붉은 색을 띠는 적색육에 대해서도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2A군의 발암 위험 물질에 포함시켰다.

WHO가 이 같은 발표를 하자 시장에는 큰 파장이 일었다. 먼저 유통업체 가공육 매출은 발표 이틀만에 20% 이상 급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이에 반발해 국내 육가공협회는 가공육의 순기능을 배제한 채 가공육을 위험물질로 분류,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했다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이번 WHO 발표는 가공육과 적색육이 암발생 증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존 연구를 정리한 것으로 적정 섭취량 기준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며 "국민들의 식생활 패턴이 변화하고 있고 가공육과 적색육 소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 등을 고려해 적정 섭취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올해부터 학계 및 관련기관 등과 함께 외국의 섭취권고기준 및 설정 근거 등 관련 자료를 수집·분석하고 식생활 실태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라며 "내년 하반기부터 가공육 및 적색육의 섭취 가이드라인을 단계적으로 제시하고 가공육 육함량 표시제 도입, 스마트폰용 앱 등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