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례, 김국배기자] 삼성SDS가 물류와 IT서비스사업 분할을 추진한다. 다만 시기나 방식은 결정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분할 이후 삼성물산이나 삼성전자와 합병 가능성은 부인했다.
그러나 삼성 측의 이같은 입장에도 이번 사업분할이 합병을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시각도 여전하다.
삼성SDS가 물류와 IT서비스 사업을 분할, 물류는 삼성물산에 합병하고, IT서비스는 삼성전자 자회사로 두거나 합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
이를 통해 사업간 시너지를 제고하고 무엇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3일 삼성SDS는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사업 분할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내주 초 이사회를 통해 이 같은 사업구조 재편 방안에 대한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는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분할된 삼성SDS 사업부문과 합병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날 거래소는 삼성SDS와 주요 주주인 삼성전자, 삼성물산을 상대로 사업 분할 및 합병 가능성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대해 삼성SDS의 사업 분할을 추진중이나 합병 가능성에는 선을 그은 셈이다.
◆삼성SDS, 분할·합병설 왜?
삼성SDS의 사업 분할 및 합병가능성은 삼성이 최근 몇 년간 이재용 부회장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및 사업재편을 해오면서 이같은 개편 시나리오의 핵심으로 거론돼 왔다.
삼성SDS의 경우 오너 일가 지분이 많은데다 단일 주주로는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1대와 2대 주주인 탓이다. 일련의 사업재편 과정에서 삼성물산이 삼성그룹의 사실상의 지주회사가 된 상황에서 삼성SDS를 전자나 물산과 합쳐 지배력 강화를 시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것.
실제로 현재 삼성SDS의 경우 이재용 부회장이 지분 9,2%를 보유한 것을 비롯해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이 각각 3.9%씩 오너일가 지분율이 총 17%대에 달한다. 이외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각각 22.6%와 17.1%를 보유하고 있다.
또 삼성SDS는 그룹 시스템통합(SI) 업체로 출발, 매출의 상당수를 그룹 계열사를 통해 올리고 있다. 이중 물류사업의 경우도 삼성전자의 비중이 30%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옛 주력이던 IT서비스의 경우 역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이번 사업재편 등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시장전문가들은 삼성 측의 일부 부인에도 이번의 분할 및 합병 시나리오가 상당부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룹 비중 높아 합병 통해 시너지 제고 필요
현재 삼성SDS 사업은 크게 IT서비스와 물류 업무처리아웃소싱(BPO) 사업 부문으로 운영되고 있다.
창립 30주년을 맞은 지난해 삼성SDS는 처음으로 2인 사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기존 SI 중심에서 솔루션·서비스 회사로 탈바꿈 중이다. 정유성 사장이 대표이사를, 홍원표 사장이 그 해 신설된 솔루션 사업부문을 맡았다.
분할 검토 대상으로 거론된 물류 부문은 삼성SDS가 지난 2013년 국내 공공 및 금융 시스템통합(SI)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크게 강화해온 사업이다. 해외 인력을 제외하고 600명 가량의 직원이 포진한 SL사업부가 물류 부문을 담당하며 현재 김형태 부사장이 SL사업부장을 맡고 있다.
실제로 2012년 10.3%였던 물류BPO 사업 매출액 비중은 2014년 30.4%, 2015년 33.2%로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35.5%까지 높아진 상태다.
다만 아직까지는 기존 IT서비스 사업과 마찬가지로 계열사 고객 위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대외 고객 확보가 요구되는 상황. 삼성물산과 합병을 통한 물류 사업 경쟁력 강화도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SDS의 실적이 역성장하고 있다는 것도 사업개편 가능성에 힘을 더하는 대목. 실제로 삼성SDS의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은 1조7천450억원으로 전년보다 8.9% 줄었다. 또 영업이익 역시 1천245억원으로 4.5% 가량 감소했다.
그러나 이는 IT서비스부문의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실제로 1분기 IT서비스부문의 매출과 영업익은 1조1천250억원과 1천22억원으로 각각 전년보다 12%와 15% 가량 줄었다. 고객의 IT투자 축소 등의 여파가 이어지고 있는 것.
반면 물류BPO부문의 경우는 매출액 6천200억원, 영업익 223억으로 매출은 전년보다 3.7% 감소했지만 영업익은 123% 가량 증가하는 등 높은 성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매출 감소는 신규 물류서비스 지역 확대 속 국제운임 인하 등 여파 탓으로 사업의 경쟁력과는 무관하다는 평가가 많다. 오히려 북미 및 유럽 등 판매 지역 물류 확대 등으로 앞으로도 매출상승이 기대되는 등 삼성SDS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따라서 성장성이 높은 물류는 사업분할을 통해 관련 사업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삼성물산에 합병, 바이오와 함께 물산의 양대 성장엔진으로 가져갈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성장이 둔화된 IT서비스 부분은 삼성전자의 자회사로 두거나 향후 합병을 통해 역시 성장성을 제고하고 그동안 사업내 그룹 매출 비중이 높다는 논란 해소를 동시에 꾀할 가능성도 있다.
◆분할 뒤 물산 및 전자 합병? 삼성 "계획 없다"
삼성SDS의 사업 분할이 기정사실화 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향후 이를 물산과 전자와 합병할지 여부다. 삼성 측이 부인했지만 이번 사업분할이 합병을 위한 사전작업이라 보는 시각이 여전한 때문이다.
삼성SDS의 오너일가 지분이 많은 만큼 이번 사업분할 후 물산과 전자와 합칠 경우 오너 지분이 높아질수 있다
특히 이 경우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등 지배구조 개편과 맞물릴 가능성도 있어 그 시기와 방식도 관심사.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방향 중 하나가 삼성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지분확대였던 만큼 어떤 형태로든 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재계 시각이다.
실제로 삼성물산은 삼성생명 지분 19.34%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는 방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이같은 삼성물산의 최대주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다.
이 부회장은 올 초 삼성SDI의 물산 보유지분 0.7%를 추가 매입, 지분율을 17.2%로 확대했다. 이외 이부진사장과 이서현 사장이 각각 5.47%를 보유, 물산을 정점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형태다.
문제는 물산이 핵심 계열사인 전자 지분이 4%에 그치고 있다는 것. 더욱이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지분이 없다. 이 부회장 등 오너일가 지분율이 17%에 달하는 삼성SDS를 물산 또는 전자와 합병시킬 경우 오너일가의 지분이 덩달아 올라가는 효과가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삼성SDS를 인적분할, 합병 과정에서 일부 지분을 매각, 상속세 등의 재원마련에 활용하거나 물류부문을 신설법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는 물적분할을 한 뒤 물산에 합치고, 남은 IT서비스부문은 현재 오너 지분율을 유지하는 형태로 전자와 합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시기와 방법은 다를 수 있지만 분할 이후 합병은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그룹 비중이 높은 삼성SDS가 현 사업구조로는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고, 삼성이 그동안 오너일가의 지배력 강화와 사업간 시너지 강화 방향으로 재편작업을 진행해온 만큼 지주사 전환에 앞서 삼성SDS의 사업분할 및 합병은 수순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영례기자 you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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