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열풍과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사태의 공통된 배경은 선진국 중하층이 자유무역과 이민정책에 반감을 보인 결과라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키움증권의 홍춘욱 애널리스트는 최근 미국의 트럼프 열풍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에서 보듯, 자유무역정책 및 이민자들을 향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를 분석한 두 편의 논문을 소개했다.
◆개도국으로 일자리 넘어가며 선진국 중하층 위기 느껴
랭커(Lanker)와 밀라노빅(Milanovic)이 세계은행 자료로 발표한 2013년 논문에 따르면, 선진국 중하층은 그동안 개발도상국의 상류층보다 월등히 나은 삶을 꾸려 나갈 수 있었다. 이는 무역과 이민이 활발하지 않았던 덕분으로 분석됐다. 냉전 기간 동안 국제적 인구이동이 어려웠기 때문에, 선진국 국민들은 선진국에서 태어난 행운을 온전히 누릴 수 있었던 것으로 풀이됐다.
하지만 베를린장벽 붕괴 이후 세계화가 진행되고 개발도상국이 경제성장에 성공하자 선진국의 독점적 지위가 흔들리게 됐다는 지적이다. '나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나와 똑같은 수준의 일을 할 줄 아는 다른 나라 사람'이 대거 등장하면서 개발도상국의 상류층·중산층 소득은 빠르게 증가한 반면에 선진국 중하층의 소득 증가가 정체 상태에 빠지게 됐다는 해석이다.
아세모글루(Acemoglu), 오토(Autor) 등이 2014년에 전미경제연구소 자료에 실은 논문은 중국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미국 시장에서 급속도로 점유율을 올린 것에 주목했다.
미국 수입 중 중국제품의 비중은 1989년 1.2%에서 1999년 5.4%, 2009년 13.8%로 증가했다(논문발표 이후인 2015년은 16.2%). 또한, 경제발전 초기에는 저숙련(low-skilled) 상품 위주였지만, 2004년 고숙련(high-skilled) 비중이 50%를 돌파했다.
이처럼 중국과의 경쟁에서 패퇴한 미국 기업들이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수를 줄이면서, 미국 가계의 중위 실질소득이 2000년대 들어 정체됐다는 분석이다.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 밀려난 기업들이 늘어남에 따라,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수는 1999년 1천700만개에서 2009년 1천200만개로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 자유무역 및 반 이민 움직임 한동안 강화될 전망
홍 애널리스트는 "최근 브렉시트 운동 및 트럼프 후보의 주장이 큰 세력을 형성하는 이유는 위와 같은 점 때문"이라며 "선진국 중하층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상황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진국에서 태어난 행운을 누리던 사람들의 입장에서 자유무역 확대 및 인구이동의 증가로 소득이 정체된 것을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다.
따라서 "앞으로 상당 기간 반(反) 자유무역 및 반 이민 운동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경제 내 불평등을 완화하려는 정책 대응이 어려워질 경우 더욱 심화될 여지도 있다"고 전망했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