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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UHD 방송 암호화 표준 채택에 '시끌시끌'


유료방송·가전사 여전히 '난색', 지상파는 '반색'

[민혜정기자] 내년 2월 지상파 UHD 본방송을 앞두고 콘텐츠 암호화 기술이 표준으로 채택되면서 업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는 콘텐츠 보호 차원에서 암호화를 주장했던 만큼 이번 표준 채택을 반기고 있지만, TV나 셋톱박스에 암호해제 시스템을 설치해야 하는 유료방송사(케이블TV, IPTV, 위성방송)와 가전업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정보통신기술표준협회(TTA)가 그동안 지상파 UHD 방송의 주요 쟁점이었던 암호화 기술을 표준으로 채택, 유료방송사와 가전업체가 향후 대책에 고심하고 있다.

앞서 TTA는 지난 24일 총회를 열고 미국식(ATSC 3.0) 표준안을 기반으로 방송사, 가전사, ETRI 등 합의를 통해 '지상파 UHD TV 방송 송수신 정합' 표준을 만들었다. TTA 표준은 민간 방송 표준이지만 업계 기준이 돼 왔다.

이 표준에는 지상파 UHD 방송 콘텐츠 암호화 기술이 포함됐다. 다만 유료방송사의 반발이 컸던만큼 이 기술 적용 대상에서 유료방송은 제외됐다. 갈등의 골이 깊었던 양측이 타협점을 찾은 셈이다.

이에따라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는 국내 6%정도의 가구는 UHD 방송을 보기 위해 TV에 암호해제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

지상파 방송사는 UHD 방송을 기존 HD 방송과 달리 암호화해 송출할 예정이다. 국내 시청자들이 암호해제 시스템(콘텐츠 프로텍터)이 설치된 TV 수신기를 통해서만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는 케이블TV, IPTV 등 유료방송 셋톱박스에 적용되는 수신제한시스템(CAS)과 유사한 방식이다. CAS는 시청자의 유료방송 서비스 여부를 판별하고 요금제별로 채널수신을 제한하는 일종의 검표소 역할을 하는 솔루션이다.

◆"지상파의 갑질" vs "콘텐츠 가치 평가 받아야"

이번 표준 채택으로 업계가 합의점을 찾은 모양새지만, 유료방송업체들과 가전업체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반면 지상파는 콘텐츠 가치를 UHD 시대에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유료방송사는 표준 대상에선 제외됐지만 지상파가 콘텐츠에 암호를 건 이상 셋톱박스나 TV에 암호해제 시스템을 설치해야 한다는 점에서 지상파가 공공성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문서상으로 우리가 영향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겠지만, 지상파가 암호를 걸면 시청자를 위해 해제 시스템을 기기에 설치할 수 밖에 없다"며 "콘텐츠 보호는 명분이고 UHD 방송 송출에 맞춰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더 올리기 위한 수순"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LG전자와 같은 가전 업체도 글로벌 TV 시장의 1% 정도인 국내 출시 제품에 암호 해제 시스템을 넣을 경우 단가 상승, 역차별 논란 등 우려로 울상이다.

가전 업계 관계자는 "표준이 채택됐으니 해제 시스템을 탑재해야겠지만 단가가 올라가고, 다른 국가에서 반발이 있을 수 있어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며 "구체적인 사안을 더 논의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상파 측은 콘텐츠의 가치를 이제는 제대로 평가받아야 할 때라며 '지상파의 갑질'식으로 몰고가는 건 억지라고 반박했다.

지상파 관계자는 "그동안 콘텐츠 불법 복제 문제 때문에 많은 피해가 있었는데, UHD 시대엔 최소한의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며 "여기에 UHD 방송을 위해선 막대한 투자를 해야하는데 이를 지상파의 갑질식으로 몰고가는 것은 옳지 못하다"고 말했다.

민혜정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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