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웅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10여 일 앞두고 1국회 의원회관 택배 보관실에 추석 선물이 가득 차 있다.
의원들은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피감기관이나 지역구 관계자 등의 선물 공세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탓에 의원실 보좌진들은 각지에서 배달된 추석 선물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다.
김영란법은 이번 추석 이후 시행되지만 이에 앞서 일찌감치 선물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의원실이 많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지난달 2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명절 선물을 함께 나누는 우리 고유의 풍습도 좋지만, 투명하고 청렴한 사회를 만들자는 김영란법의 취지가 중요하다"며 "추석 선물을 받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도 전 대표 측도 "추석 선물은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선물 문의가 와도 받지 않겠다고 답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 밖에도 다른 상당수 의원실에서도 추석 선물 관련 문의에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답변을 내놓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회는 김영란법의 무풍지대임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여전히 각종 추석 명절 선물이 쌓이고 있다. 추석 연휴 마지막 주인 지난 9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1층 로비에는 수백 개의 선물이 겹겹이 쌓여 물류창고를 방불케 했다.
택배 기사들끼리 택배를 둘 자리를 마련하려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들은 이곳에 설치된 전화기를 이용, 각 의원실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빨리 와서 택배를 찾아가라"고 의원실 보좌진들을 재촉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추석 선물이 예년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지만, 추석이 다가오자 예년 수준으로 회복했다는 것이 다수 택배 기사들의 얘기다.
한 택배 기사는 "김영란법으로 택배 물량이 준 것처럼 보였는데 시간이 갈수록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물량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의원실 내 전화는 끊임없이 울려대며 정상업무가 어려울 지경. 심지어 한 의원실은 '택배 수령 당번', '택배 가격 감별사'까지 등장했다. 택배를 수령하면 즉시 포장지를 제거하고 가격표를 확인한 뒤에 5만원이 넘으면 반송하는 식이다.
새누리당 중진의원 보좌진은 "국감을 앞두고 피감기관과 자료요구 등 업무가 많은데 택배수령 독촉 전화까지 집중돼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라며 "김영란법 초기에 타깃이 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상당수 보좌진이 택배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초선의원 인턴 비서는 "하루 업무가 택배수령으로 시작해 택배감별, 택배반송으로 마무리된다"며 "1시간당 2~3번씩은 짐수레를 끌고 1층과 8층을 왔다 갔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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