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혜기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전자의 인적분할과 주주특별 배당을 요구한 가운데, 이번 엘리엇의 제안으로 삼성전자가 지주회사 전환 명분을 얻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6일 "엘리엇은 과거와 달리 삼성과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삼성전자와 오너 일가가 이룬 업적을 지지하고 지주 전환을 통한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며 "사실상 삼성이 스스로 꺼내기 힘들었던 삼성전자 인적분할과 지주사 체제 전환의 명분을 엘리엇이 세워준 셈"이라고 진단했다.
전날 외신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전자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 "지배구조 개편을 통한 삼성전자 자사주의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눠 미국 나스닥에 공동상장해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엘리엇은 삼성전자 인적분할 후 ▲지주회사와 삼성물산 간 합병 ▲사업회사의 30조원 특수배당 혹은 1주당 24만5천원 배당 지급 ▲독립적인 3인의 사외이사 선임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금융지주회사의 금산분리 등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윤 애널리스트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이 거칠 것으로 예상되는 대부분의 과정이 엘리엇의 제안에 포함됐다"며 "다만 특수배당 30조원과 연간 잉여현금흐름(FCF)의 75% 주주환원정책은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23조원)을 고려할 때 다소 과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전자 인적분할을 위해 오너 일가가 대규모 주주친화정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됐던 만큼 엘리엇이 요구한 주주환원정책이 삼성전자 지주회사 개편에 큰 걸림돌로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특수배당 시 삼성전자홀딩스/삼성물산 합병법인, 삼성생명·삼성화재 등 계열사, 오너일가, 공익재단 등에 전체 배당의 약 30%가 지급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홀딩스/삼성물산은 해당 재원으로 삼성생명이 보유하게 될 삼성전자 지분을 매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삼성이 아닌 엘리엇이 화두를 던졌지만 ▲삼성전자 저평가 해소 ▲순환출자/금산분리 이슈를 통한 지배구조의 투명성 ▲오너 일가의 지배력 확대라는 명분이 충분하다"며 "양쪽의 갈등 요인이 되기보다는 지배구조개편의 실마리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만큼 삼성전자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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