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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살민 살아지는' 사회


[아이뉴스24 박정민 기자]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2030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제주 섬마을의 당찬 소녀 '오애순(아이유)'과 무쇠 같은 남자 '양관식(박보검)'이 함께 그 시절 인생을 헤쳐 나간 이야기다.

'잠녀(해녀)'의 딸로 태어난 애순은 대학과 시인을 꿈꿨으나 엄마의 죽음과 남아선호사상 등 그 시절 현실의 벽 앞에 접어야만 했다. 그러나 애순은 자신의 옆을 지켜주는 남편 관식과 가족, 이웃들과 더불어 억척스럽게 다시 일어선다.

하지만 애순의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실수로 풍랑에 막내아들을 잃는 끔찍한 아픔을 겪는다. 가족과 더불어 끝없는 좌절에 빠진 애순에게 세상을 떠난 엄마 '전광례(염혜란)'는 꿈속에서 "살민 살아진다(살면 살아진다)"는 말을 건넨다. 애순과 가족들은 이웃들의 손길과 함께 다시 일어나 살아간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 애순의 삶과 딸 금명에게로 이어지는 이야기는 국내 청년들은 물론 해외 시청자들의 가슴도 울리고 있다. 흔히 회자 되는 이른바 'MZ밈'처럼 2030세대는 허황된 대박이나 '나만 편하면' 되는 세상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해도 애순과 관식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지난 11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쉬었음' 청년 통계조사에서도 청년들은 취업에 필요한 정부 지원(복수응답)으로 '생활비 지급(50.3%)'보다 '직업훈련(59.3%)', '취업알선·정보제공(54.7%)'을 더 많이 꼽았다. 쉬었음 청년이 50만명에 육박(2025년 2월 고용동향)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이벤트성에 그치는 '선심성 지원'보다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는 '실존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최근 2000년생 24살 여배우가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전(前) 소속사와의 문제를 떠나, 한 번의 실수를 저질렀던 청년에게 우리 사회가 너무 가혹하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음주운전은 큰 범죄이고, 반성했더라도 전과 같은 인기를 누릴 순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어린 여배우에게 잘못을 딛고 '다시 살 수 있는' 세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생전 고인이 자신의 실수로 피해를 입은 상인들을 일일이 찾아 사과했다는 증언은 안타까움을 더한다.

애순의 삶이 금명에게로 이어지듯, 부모 세대의 '살민 살아지는' 삶도 사회적 유산으로서 청년들에게 이어져야 한다. 조기 대선도 치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사회 모두가 청년들의 '실존'을 지켜줄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

/박정민 기자(pjm8318@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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