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알리'와 '테무'가 물류 부동산 시장에서는 중요한 변수입니다."
궁금증 들게 만드는 이 말은 정철 알스퀘어 물류PM사업담당 상무의 생각이다. 그는 이커머스가 대세로 떠오르면서 알리와 테무 등 한국 내에서 입지를 넓히려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물류 수요를 늘리기 때문에 작지 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봤다.
물류센터는 과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관심받는 투자 상품이었다가 우후죽순 공급량이 늘면서 애물단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신규 공급이 줄어드는 데 비해 선호 지역의 수요는 꾸준하고, 최근 기준금리 인하에 향후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정철 알스퀘어 물류PM사업담당 상무가 지난달 2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알스퀘어 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 후 자세를 취하고 있다.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6071e99402dcbb.jpg)
정 상무는 2006년 대기업 계열 건설사에서 부동산 개발 부문을 시작으로 업계에 발을 들인 뒤 외국계 부동산투자기업, 대기업 등에서 물류·오피스 부동산을 중심으로 경험을 쌓았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상업용 종합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알스퀘어에 합류해 물류 부문을 총괄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서비스의 후발주자인 알스퀘어가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각종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분야를 파고들면서 석·박사 학위까지 취득한 그는 모든 분야에서 수치화를 통한 정확한 분석이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이 컸는데,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는 알스퀘어가 그 역할을 해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알스퀘어의 데이터 플랫폼인 '알스퀘어 애널리틱스'를 바탕으로 그가 바라본 물류 부동산 시장은 어떨까. 지난달 서울 강남구 역삼동 알스퀘 본사에서 만나 견해를 들어봤다.
"2010년대 초반에는 물류센터가 오피스보다 수익률이 조금 나아서 대체 투자 상품 중 하나로 여겨졌다. 공급을 많이 하면서 (장기) 수급을 예측하지 못한 게 지금 시장이 안 좋은 가장 큰 원인으로 본다. 그때 당시 컨설팅 보고서를 봐도 대부분 장밋빛 전망만 있었다. (달리 보면) 정확한 수요 예측이 불분명했다는 얘기다. 이커머스 시장이 나아질 것이란 얘기는 있었는데 수요 예측을 할 수 있는 정확한 데이터들이 없었던 시절이기도 했다.
전체 시장을 보면서 판단하지 않고 오로지 투자 상품으로만 봤다. 그러니 공급이 과잉된 것이다. 투자 상품으로만 보면 수익률을 더 높이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저온 물류센터 공급이 쏠린 측면도 있다. 과거 3~4년 전에 코로나19로 이커머스가 붐을 이루면서 물류센터가 더 폭발적으로 늘면서 수요에 비해 공급은 더 늘어난 측면도 있다."
-과거보다는 물류센터의 시장 규모가 커졌지만 지금 말한대로 수요 대비 공급 과잉으로 시장이 저조하다면 지금이 시장이 바닥을 다지고 있다고 보면 되나. 향후 물류센터 성장 가능성은?
"물류센터 시장은 어느 정도 조정 기간을 가지는 단계라고 본다. 앞으로는 과거 호황기 때처럼 크게 (가치가) 상승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한 3년 정도는 우상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공급 과잉으로 앞으로 3년간 공급 계획이 '절벽'이다. 공급이 늘어났다가 크게 줄어드니까 결국에는 좋은 입지, 좋은 컨디션의 물류센터는 수요자들이 서로 입주하려 하기 때문에 결국 임대료가 조금씩 올라갈 수밖에 없다. 향후 (기준금리 인하도 기대되는 상황이라) 금리가 내려가는 만큼 기대 수익이 높아질 수 있는 측면도 있다."
-좋은 입지와 조건의 물류센터는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결국 주택시장처럼 물류센터 시장도 수도권과 지방의 양극화가 심화할 것으로 전망하나.
"(공급 과잉으로) 물류센터 시장은 양극화 심화가 맞다. 같은 수도권 내에서도 (입지나 조건에 따라) 양극화가 발생한다. 외국계 회사들도 시장이 침체기에서 벗어나면 매입을 하겠다며 적극적이긴 한데, 입지 조건 등 소위 '스펙'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다.
도로 중에서도 물류센터가 IC에서 얼마만큼 떨어져 있는지, 서울까지 거리가 얼마인지 등 이동 거리나 연면적에 따른 물량 수용 규모 등에 대한 기준이 있다. 지방에서는 유일하게 부산항 주변, 평택항 주변처럼 드나들기 쉬운 곳을 중심으로 입지별로 양극화가 심화한다고 본다. 이렇게 투자자들은 물류센터의 옥석가리기가 심화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투자 회사 등 기관 투자자들의 물류센터 부동산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 어떤 식으로 투자를 하나.
"국내 오피스 등 상업용 부동산은 펀드를 조성해서 운용사를 선정해 운영한다. 최근 국민연금도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한 후 운용사 3곳을 선정해 입찰할 정도로 국내 기관들의 투자가 활성화하고 있다. 기관들은 주식, 채권, 부동산에 주로 투자하는데 포트폴리오상 중위험 중수익인 부동산에도 투자를 한다. 또 최근 금리가 떨어지는 추세여서 적극적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금들은 국내 회사와 조인트 벤처를 만들어 법인을 설립, 투자를 직접적으로 하기도 한다."
-그동안 중국에서 떠올라 우리나라 유통업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알리, 테무와 같은 해외 사업자가 우리나라로 진출한다면 국내 물류센터 부동산 시장에는 긍정적인 변수일 것으로 본다. 현재 상황은?
"물류 시장에 중요한 변수 중에 하나가 알리, 테무 같은 해외 사업자다. 오프라인 유통업이 위축되고 이를 이커머스가 대체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유통업이 발달해야 물류 부동산도 비슷한 흐름을 따라간다. 알리가 과거에 우리나라에 들어왔는데 주춤하고 있어 테무의 경우 국내에서 제3자 물류(3PL) 입찰을 통해 지역에서 생산되는 물량을 지역 소비자에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내 소비자에게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테무는 CJ대한통운 등 국내 물류 회사와 계약을 해서 국내 기업이 물류 부동산을 임차해서 테무의 물량을 유통시킨다. 국내 기업의 신용을 활용해 많은 물량을 공급하는 체제를 구축해 취급 품목을 빠르게 대형화되고 다양화하는 것으로 보이며, 화주(貨主)의 물량이 늘어나면 파급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본다.
해외에서 물량이 들어올 때는 시간은 오래 걸려도 한꺼번에 부피가 큰 물량을 많이 옮길 수 있는 항구를 많이 이용한다. 이에 중국과 같은 해외사업자가 국내에 많은 물량을 들여올수록 평택항 중심으로 평택~제천간 고속도로, 경부고속도 이 지역의 물류 통로가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미 우리나라는 쿠팡, 컬리와 같은 유통사업자가 있어 해외 사업자들이 국내 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자를 할 지가 관건이다. 쿠팡도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시장에 들어올수록 물류 부동산 시장에는 굉장히 좋지만, 해외 사업자는 국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영업이 잘 되느냐에 따라 다르다. 그 점은 의문이다."
-해외 사업자가 늘어나면 국내 물류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이긴 하나, 해외 사업자로서는 물류 부동산 측면에서 걸림돌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해외 사업자들에게 개방되지 않고 보수적일수록 분명 우리나라 진출에는 문제가 된다. 특히 통관 문제와 같은 규제 문제가 제일 심하다고 본다. 중국 사업자들 중에서도 알리와 테무의 생각이 다르기도 하고, 국내에서 중국 기업의 비즈니스 행태에 대해 신뢰가 낮은 편이기도 하다. 중국 제품에 대한 품질이 높아져 우리나라 소비자의 인식이 달라지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류 부동산 시장의 측면에서는 해외 사업자가 들어올수록 긍정적이라, 관련 제도가 개선되면 (시장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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