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대통령 탄핵 정국에 이어 조기 대선이 다가오면서 아파트 분양 시점을 둔 눈치싸움이 치열하다. 5월 초 장기간 연휴까지 겹치면서 내년으로 분양 일정을 미루는 현장도 나오며 신규 주택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힐스테이트 등촌역' 견본주택 전경. 2024.11.29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a0700369f9cd69.jpg)
13일 업계에 따르면 4월 3주(14~18일) 분양 예정 물량은 2486가구다. 경기 남양주 평내동 '두산위브더제니스평내호평역N49'와 양주 남방동 '양주역제일풍경채위너스카이', 충북 청주시 흥덕구 문암동 '청주테크노폴리스아테라2차' 등 수도권과 지방에서 청약 물량이 나온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에 나오는 분양 물량 변동폭이 매주 커지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직전인 지난 4월 1주(3월 31일~4월 4일) 5782가구가 분양했고 직후인 2주차(7~11일)에는 565가구만 시장에 나왔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에서 분양 예정이던 5만669가구 중 실제 분양한 물량은 2만3669가구로 분양실적률이 46.71%에 그쳤다. 이달에도 2만3730가구가 분양 예정으로 집계됐지만 실제 분양에 나설지 미지수다.
수요가 많은 서울은 1분기에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 원페를라'만 분양했다. 4월 중구 '청계 노르웨이숲'이 분양 예정이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97가구 뿐이다.
2분기에도 정치 이슈가 끊이지 않으면서 분양업계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섣부르게 분양에 나섰다가 수요자의 관심을 받지 못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대통령 선거 유세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인 4월 말과 선거가 끝난 6월 이후로 분양 일정을 저울질하고 있다.
문제는 5월 첫주 황금 연휴로 당장 분양에 나서기 힘들다는 점이다. 5월 1일 노동절을 시작해 5일 어린이날과 석가탄신일, 6일 대체휴무일이 있다. 곧이어 본격적인 선거 유세가 시작되는 만큼 다수 물량이 4월 중 나오거나 대선 이후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대선을 앞둔 5월 말에는 분양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5월 초 연휴가 있어 실제 분양할 수 있는 시기는 제한적"이라며 "4월 말까지 분양에 나서는 현장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대선 이후 하반기 분양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일부에서는 올해로 잡았던 분양 일정을 내년으로 미루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 물량이 몰리면 수요가 분산돼 흥행하기 힘든 만큼 올해 하반기 예정했던 단지 분양을 내년 상반기로 미루는 등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단지 분양이 밀릴 경우 물가상승 등을 고려했을 때 분양가는 더 상승할 전망이다. 다만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물량이 쌓인 상황에서 더 분양가를 올릴 경우 수요자가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건설사는 급증한 공사비 탓에 싸게 분양할 수 없고 주변 단지 대비 비싼 시세에 내놓으면 미분양이 발생하는 이중고에 빠졌다"면서 "불황에 신규 사업을 꺼리는 업체가 늘어나며 분양이 밀리거나 사업을 취소하는 사례도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11월 개관한 '힐스테이트 등촌역' 견본주택 전경. 2024.11.29 [사진=이효정 기자 ]](https://image.inews24.com/v1/709ea7fdec1d70.jpg)
신축 분양 물량이 줄어들면서 업계에서는 분양을 기다리기보다 기존에 준공한 단지를 매수하는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울의 경우 주택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분양을 기다리기보다 구축을 매수한다는 것이다.
구축 매수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연식이 짧거나 우수한 입지를 찾아 모이는 만큼 주택시장 양극화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이미 KB부동산이 집계한 지난달 서울 아파트 5분위배율은 5.8로 2008년 12월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5분위배율은 상위 20% 아파트값을 하위 20% 단지 가격으로 나눈 값으로 배율이 커질수록 양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윤 수석연구원은 "공사비와 분양가는 상승, 하락을 따지기보다 얼마나 오르느냐를 봐야할 때"라며 "분양가 상승세 속 공급 물량은 줄고 경쟁률도 높아지는 상황에서 구축을 찾는 수요자가 늘어날 전망"이라고 언급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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