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K팝 아티스트들이 악마를 무찌른다는 설정의 애니메이션 '케데헌(K-pop Demon Hunters)'이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공개 9주차에도 넷플릭스 각국 상위권을 지키고 있으며, OST는 글로벌 차트를 장악하며 '줄세우기' 열풍을 이어가고 있다. 케데헌은 K팝과 한국 문화가 더 이상 변방의 마이너가 아니라 주류 콘텐츠임을 증명한 사례다. 문화가 지닌 힘의 크기를 새삼 확인해준 대목이기도 하다.
케데헌의 흥행은 우리나라에도 무형의 부가가치를 안기고 있다. 외국인들의 국립중앙박물관 방문이 늘고 한류 굿즈는 출시되자마자 매진되는 풍경이 반복된다. 지금이 한국 문화의 황금기라는 체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지난 18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케데헌 흥행을 언급하며 K-콘텐츠 세계화 지원책 마련을 지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 차원의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자들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고 창작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K-게임은 K-콘텐츠 중에서도 규모와 파급력이 가장 큰 분야다. 제2의 케데헌을 낼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러나 국내 게임산업은 수년째 불확실성에 발목잡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의 국내 도입 여부가 6년째 결론을 내지 못한 채 공회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이 주도하는 민관협의체 협의 결과에 따라 올 가을경 공개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 10차 개정판 초안에 게임 질병코드를 담을지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의료계는 치료 필요성을 주장하고, 업계는 산업 위축을 우려하며 팽팽히 맞서오다 조만간 결론을 앞두고 있는 셈이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 질병코드가 국내 도입될 경우 게임산업에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낙인' 효과로 적잖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K-게임이 한때 획일적인 구조와 확률형 아이템에 과도하게 의존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글로벌 콘솔 시장을 겨냥한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잇따라 등장하며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해외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두는 작품도 늘고 있고, 한국 전통 소재를 다룬 기대작들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본격적으로 도약하려는 산업에 '질병'이라는 굴레를 씌우는 우를 범해선 안된다.
정부가 진정 K-콘텐츠 세계화를 원한다면 게임산업 종사자들의 사기를 꺾는 게임 질병코드라는 불확실성부터 걷어내야 한다. 창작자들이 양질의 콘텐츠 제작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케데헌이 보여준 문화의 힘을 K-게임이 잇도록 정부는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아야 한다.
/문영수 기자(m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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