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한얼 기자] 산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급변하는 세계 통상 질서에 대응하기 위해 밖으로는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민간 외교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지만, 안으로는 각종 규제 법안과 파업 압박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끝난 한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마무리된 데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치밀한 사전 준비도 중요했지만 동행한 경제사절단의 역할도 무시할 수 없다. 미국 역내 조선업 재건을 위한 ‘마스가(MASGA·Make America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 등 굵직한 한미 공급망 협력 구상에 직접적인 역할을 맡았다.
이번 방미에서 삼성, SK, 현대자동차그룹, LG, 한화, 대한항공 등 주요 그룹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은 총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밝히며, 현지 고용 창출과 첨단 공급망 확대에 기여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또 첨단 제조 산업 분야에서 총 11건의 업무협약을 (MOU) 체결하는 성과도 이끌어냈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귀국길이 마냥 편안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등 각종 규제 법안에 직면해야 하는 탓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1차 상법개정안이 통과된 지 채 두 달이 지나지 않아 2차 상법 개정안('집중투표제 의무화 및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3차 상법 개정안(자사주 소각 의무화)논의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경영권이 과도하게 침해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 25일 2차 상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자 경제 8단체(한국경제인협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는 공동입장문을 내고 “경영권 분쟁 및 소송리스크가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른바 노란봉투법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기업들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게 원청과의 교섭권을 부여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걸 골자로 한다.
경영계는 법안 내용이 향후 사업 운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 해에 생산 공정에서 근무하는 협력업체 직원만 수 천 명에 달하는데 이들의 대한 교섭권을 모두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생산 라인을 멈추라는 얘기와 같은 꼴”이라고 지적했다.

노란봉투법 통과와 맞물려 노사 분규가 더 확대될 수 있는 상황이다.
임금 협상과 근로조건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조원 1890명은 지난 27일 노조법상 부당노동행위 혐의(불법 파견 및 교섭 거부)로 현대제철 경영진에 대한 고소장을 검찰에 제출했고 HD현대 계열 조선 3사 노조는 오는 29일까지 임금 집중 교섭을 진행하고 합의가 없으면 9월 첫 주 공동 파업에 나설 것을 예고한 바 있다. 현대차 노조도 파업권을 확보한 상태다.
조선업계는 호황기를 맞아 선박 수주전에 의욕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생산 차질이 현실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나온다. 대외적으로 글로벌 투자자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려는 시점에 내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기업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상법개정안의 경우 일반 주주들의 권리를 회복한다는 측면에서 일견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노란봉투법은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거리가 먼 법안”이라며 “협력업체에까지 교섭권을 부여하고 원청의 책임을 늘리게 되면 오히려 기업이 고용을 줄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원청 사업자가 생산 등 업무를 효율적으로 보지 못 할 가능성이 커 정계와 노사가 어떤식으로든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한얼 기자(eol@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