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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국감 이틀 만에 '조사·심판 통합' 고수…근거로 든 美 FTC는 '독립 판사' 둬


유동수 정무위원장 "스스로 조사한 사건 스스로 심의" 지적에 정면 배치 입장자료
일본은 "검사가 판사 겸한다" 비판에 2015년 경쟁당국 내부 심판 폐지
"동등한 소명 기회" 주장했지만 국회 검토보고서는 "진술 기회 1~2회"…3심제 법안 두 차례 막은 논리 그대로

[아이뉴스24 김현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와 심판을 한 조직에서 맡는 현행 구조에 문제가 없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유동수 국회 정무위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이 구조의 공정성을 문제 삼은 지 이틀 만이다. 그러나 공정위가 근거로 든 해외 사례와 절차 보장 논리는 유 위원장의 지적을 오히려 뒷받침하는 대목이 적지 않다. 반대 논리도 과거 국회에 발의된 3심제 법안 두 건에 맞섰던 내용과 거의 같다.

공정위는 14일 보도설명자료를 내고 "경쟁법 집행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위해 다수의 경쟁당국이 조사와 심판 기능을 모두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행 조직 구조가 기형적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조사와 심판을 엄격히 분리해 운영하고 있으며 심사관과 피심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유동수 의원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유동수 의원과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이 자료는 같은 날 서울신문 보도에 대한 설명 형식으로 나왔다. 다만 내용은 12일 국감에서 유 위원장이 제기한 문제의식 전반을 반박하는 성격이다. 유 위원장은 당시 "스스로 조사한 사건을 같은 기관이 심의·의결하는 것이 중립적으로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공정위 처분에 대한 불복을 서울고등법원 전속관할로 2심만 거치게 한 구조도 함께 문제 삼았다. 그러면서 처분권을 총리실 행정심판이나 조세심판원 같은 외부 기관으로 옮기는 방안을 제시했다.

공정위가 통합 운영의 첫 사례로 든 곳은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다. 공정위는 FTC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영국 경쟁시장청(CMA) 등이 조사와 심판을 함께 한다고 했다.

FTC가 조사권과 처분권을 모두 갖는 것은 맞다. 하지만 FTC 행정심판 사건은 조사·소추 부서와 독립된 행정법판사(ALJ·Administrative law judge)가 먼저 정식 심리를 연다. 행정법판사는 심리를 마친 뒤 결정안을 내고, 위원회가 이를 검토해 최종 결정한다. 미국 행정절차법은 심리를 맡은 판사가 조사·소추 직원의 지휘·감독을 받지 못하게 하고, 조사·소추를 맡은 직원이 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것도 막는다. 행정법판사는 독립기구인 실적제보호위원회가 정당한 사유를 인정해야만 징계할 수 있다.

유 위원장이 국감에서 짚은 것도 이 지점이다. 그는 "행정법판사의 권고 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2심의 사법적 절차를 생략할 근거가 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런 절차도 없으면서 2심제가 합당하다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권한의 크기도 다르다. FTC가 행정심판으로 내릴 수 있는 처분은 원칙적으로 시정명령이다. 금전 제재는 명령이나 규칙을 어긴 경우 등에 한해 법원 소송으로 청구해야 한다. 공정위는 독립 판사 단계 없이 수 천억원대 과징금까지 직접 부과한다. FTC보다 권한은 크고 절차는 한 단계 적은 셈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도 당시 “FTC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FTC에 준하는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도개선을 많이 했다”고 답했다. FTC가 기준이라는 점은 공정위도 인정한 셈이다. 그런데 이번 입장자료에는 FTC의 행정법판사 제도에 대한 언급이 없다.

영국 CMA의 결정도 경쟁항소심판소(CAT)에서 사실관계까지 다시 심리받는다. 같은 통합형이라도 기관 밖에서 사실심을 한 번 더 거치는 구조다. 공정위는 내부 통합 구조와 법원 1심 생략을 동시에 갖고 있다. 입장자료는 이 조합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공정위처럼 조사와 처분을 한 기관이 맡는 일본은 같은 문제로 제도를 바꿨다. 일본 공정취인위원회는 2005년 법 개정으로 먼저 처분을 내리고, 기업이 불복하면 위원회가 스스로 심판하는 구조를 도입했다. 신속한 처분을 위해서였다. 그러자 "검사가 판사를 겸한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는 위원회가 사실상 검사와 판사를 겸해 중립성과 공정성이 완전히 결여됐다고 주장했다.

일본 국회는 2009년 법을 고치면서 부칙에 심판절차를 전면 재검토하라고 못 박았다. 중·참의원 경제산업위원회는 부대결의에서 현행 심판제도를 그대로 두는 것도, 2005년 이전 방식으로 되돌리는 것도 안 된다고 했다. 2005년 이전 방식은 처분에 앞서 위원회 심판을 거치는 구조였다. 처분 전이든 후든 같은 기관이 스스로 심판하는 방식으로는 공정성 논란을 풀 수 없다고 본 것으로 풀이된다.

2015년 4월부터 공정취인위원회 처분에 대한 소송은 도쿄지방재판소가 1심을 맡는다. 판사 3명 또는 5명의 합의부가 심리한다. 법원이 위원회의 사실인정에 원칙적으로 따르던 '실질적 증거법칙'과 새 증거 제출 제한도 함께 없앴다. 처분 전 의견청취 절차는 해당 사건 조사에 관여한 직원이 주재하지 못하도록 법률에 못 박았다.

공정위는 심의에서 '무기대등의 원칙'에 따라 심사관과 피심인에게 동등한 보고와 진술 기회를 준다고 했다. 2023년 4월 사건절차규칙을 고쳐 심사관도 의견청취 절차를 통해서만 위원에게 보고하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국회의 평가는 다르다. 2020년 11월 정무위 검토보고서는 공정위 심의에서 당사자가 출석해 진술할 기회가 1~2회 정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통상적인 법원 사실심보다 적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2014년 검토보고서도 구술 심리가 1~2회 정도밖에 이뤄지지 않아 피심인의 방어권 보장이 미흡하다는 의견을 실었다.

공정위가 방어권 강화 사례로 든 '복잡한 사안에 대한 2회 이상 심의'(2023년 4월)도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회를 똑같이 주는 것과 법원 수준의 충분한 기회를 주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정위 스스로도 의결의 무게를 인정해 왔다. 공정위는 2023년 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절차적 보호수단 워크숍에서 자국 제도를 소개하며 공정위 결정이 “1심 법원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1심 판결에 준하는 효력을 내세운다면 절차도 1심 법원에 준해야 한다는 것이 유 위원장 지적의 요지다.

출발선도 같지 않다. 심사관은 공정위 사무처 소속으로 조사 기간 내내 사건 자료를 다룬다. 주 위원장도 국감에서 "심사보고서는 조사관의 의견만 반영된 것"이라고 했다.

입장자료가 다루지 않은 대목도 있다. 공정위원장은 조사를 맡는 사무처를 지휘하는 기관장이다. 동시에 처분을 결정하는 전원회의의 의장이다. 조사와 심판이 실무 단위에서는 나뉘어 있어도 정점에서는 한 사람에게 모인다.

공정위는 사건 조사 기간에 심사관으로 일한 위원을 해당 사건 심의에서 제척한다고 강조했다. 이 제도는 심사관 이력을 가진 위원에게 적용된다. 사무처 전체를 지휘하는 위원장의 지위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독립성 근거로 든 비상임위원 5명도 11명 중 소수다. 위원장과 부위원장을 포함한 상임위원이 6명으로 다수를 차지한다. 상임위원은 위원장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공정위가 밝힌 분리 장치 대부분은 법률이 아닌 공정위 고시와 내부 지침이어서 공정위가 스스로 바꿀 수 있다.

공정위의 이번 입장은 처음이 아니다. 공정위 처분 불복소송을 3심제로 바꾸자는 법안은 지금까지 두 차례 국회에 발의됐다. 공정위는 두 번 모두 반대했다.

가장 최근은 2020년이다.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그해 9월 2일 불복소송 관할을 서울고법에서 서울행정법원과 대전지방법원으로 바꾸는 개정안을 냈다. 공정위 처분을 법원 1심부터 다투게 하는 내용이다.

당시 정무위 검토보고서에는 찬성 논거가 실렸다. 노동위원회나 조세심판원처럼 독립 위원회 심판을 거쳐도 3심을 받는 것이 국내 행정소송의 일반 원칙이라는 점이다. 위원회 심의의 당사자 진술 기회가 적다는 점, 대법원은 법률심이어서 사실심리가 한 번에 그친다는 점도 지적됐다. 보고서 각주에는 대법원 법원행정처 입장으로 표기됐다. 대한건설협회도 찬성했다.

공정위는 경쟁법 사건의 전문성과 대심구조에 따른 준사법 절차를 들어 반대했다. 3심제로 바꾸면 담합 사건 등이 상고심까지 오래 확정되지 않아 시장질서 회복이 늦어진다는 논리였다.

그보다 6년 앞선 2014년 3월 5일에는 정성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10명이 같은 취지의 법안을 냈다. 공정위가 세종으로 옮긴 직후였다. 당시 정무위 검토보고서는 입법취지가 "타당한 것으로 판단됨"이라고 명시했다. 공정거래 사건이 조세·금융·노동 사건보다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실었다.

공정위 반대 논리는 그때도 같았다. 3심제로 바꾸면 소송이 최소 1년 길어진다고 했다. 해외 경쟁당국 대부분이 2심제라는 점도 들었다. 공정위가 법률·경제 전문가로 구성돼 엄격한 대심구조에서 1심 역할을 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본의 3심제 전환은 기존 심판절차를 지방법원 심리로 대체한 것이어서 심급이 늘어난 게 아니라고도 했다. 14일 입장자료의 핵심 논거인 '해외 다수 사례'와 '공정위의 준사법적 절차'가 12년 전부터 반복된 셈이다.

두 법안 모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4년 검토보고서는 결론에서 장기적으로 검토할 대안 세 가지를 제시했다. 재판 관할을 각 고등법원으로 넓히는 방안, 전문법원을 신설하는 방안, 행정심판을 강화하는 방안이다. 유 위원장이 이번 국감에서 꺼낸 처분권 외부 이관론은 이 가운데 세 번째 대안과 맞닿아 있다. 12년 전 국회가 장기 과제로 남긴 대안이 다시 나온 셈이다.

/김현동 기자(citizen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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