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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 사태'가 던진 메시지⋯"언제까지 주말 문 닫나" [현장]


"의무휴업이 골목상권 키웠나" 유통법 개정 촉구 목소리 커져
소비자들도 대부분 '갸우뚱'⋯규제 폐지해도 이커머스에 밀려

[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차 타고 30분 걸려 왔으니까 식재료는 여기서 사고, 무거운 휴지랑 생수는 쿠팡에서 시킬까?"

지난 9일 홈플러스 동대문점 입구 앞에 일요일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지난 9일 홈플러스 동대문점 입구 앞에 일요일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일요일이었던 지난 9일 홈플러스 서울 동대문점에서 만난 강동구 거주 40대 김모씨는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집 근처 대형마트가 둘째·넷째 주 일요일 의무휴업에 따라 문을 닫자, 장을 보려고 이곳을 찾은 것이다. 동대문구는 지난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꾸면서 주말엔 정상 운영한다. 이날 매장은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홈플런'에 다른 자치구에서 방문한 고객까지 몰리며 계산 줄이 매장 반 바퀴까지 늘어졌다.

김씨는 "맞벌이 부부라 주말에 장을 봐야 하는데, 집 근처 마트가 문을 닫는 휴일이면 나들이 겸 다른 동네 마트를 찾곤 한다"며 "집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시장이 있긴 하지만 가본 지 꽤 오래 됐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갑작스런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해 법 규제가 필요하다며 입법화한 것이지만, 이커머스 성장 등 소비 방식 변화 속에 정작 입법 취지조차 살리지 못하며 '폐기 대상 1호'로 지목받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를 부정적으로 보면서도, 각종 규제가 성장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에는 넌지시 동의하는 눈치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의무휴업 폐지를 찬성하는 여론이 꾸준히 확산하고 있다.

지난 9일 홈플러스 동대문점 입구 앞에 일요일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지난 9일 홈플러스 동대문점에 계산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 [사진=진광찬 기자]

12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의무휴업으로 인한 매출 감소가 연간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영업시간 외 배송 금지로 소비자들이 이커머스로 구매 채널을 옮겨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의무휴업일 지정해야 하고,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만 영업할 수 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요인은 대형마트에 대한 영업시간 규제로 꼽을 수 있다"며 "온라인 주문과 배송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의 변화에 쫒아가지 못한 채 매출이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이날 마트에서 만난 소비자들도 의무휴업 규제 폐지에 대해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형마트 규제 취지처럼 의무휴업일에 전통시장을 찾는 게 아니라, 쿠팡·컬리 등에서 온라인 쇼핑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최모(37)씨는 "이번 홈플러스 사태도 그렇고 대형마트가 힘든 게 사실인데, 여전히 규제가 이어지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최근 동대문구로 이사 왔는데, 주말에 휴무인지 여부를 살펴보지 않고도 편한 마음으로 마트를 찾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대형마트 규제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며 서울 서초구, 동대문구, 중구, 관악구 등 일부 지자체가 조례 개정을 통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상태지만, 여전히 전국 매장 60~70% 가량은 격주 일요일 휴무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 9일 홈플러스 동대문점 입구 앞에 일요일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판이 놓여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지난 9일 홈플러스 동대문점에 한 소비자가 들어가고 있다. [사진=진광찬 기자]

다만 이번 홈플러스 회생절차로 대형마트 규제가 완화된다 해도 업황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의무휴업 폐지 시 월 평균 매출이 10%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미 소비축이 온라인으로 심하게 기울어 판을 되돌리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전체 유통업체 매출 중 대형마트 비중은 2020년 17.9%에서 매년 줄어 지난해 11.9%까지 떨어졌다. 반면 온라인 비중은 46.5%에서 50.6%로 뛰었다.

산업연구원은 대형마트와 전통 상권 간 상생을 위해 단순한 규제 중심의 정책이 아닌 정교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형마트와 골목상권을 단순히 경쟁 상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온라인 중심으로 변화하는 유통환경에서 오프라인 유통점에 대한 규제보다는 대형유통과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과 조화를 이루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며 "대형마트가 지역사회와 공존할 수 있도록 중소 유통업체와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정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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