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기자] "브랜드 신발을 신는 한국 어린이 3명 중 1명은 크록스를 신습니다. 내기 하나 할까요? 이 카페 안에도 분명 크록스 신발을 신은 어린이가 1명은 있을 겁니다."
닛산 조셉(Nissan Joseph) 크록스코리아 지사장은 아이뉴스24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제안한 후 곧바로 카페 안을 둘러봤다. 다섯 걸음도 걷기 전, 분홍색 클로그를 신은 여아가 눈에 띄었다. 닛산 지사장은 기쁜 표정을 지으며 "크록스를 신는 어린이는 항상 있다"고 강조했다.
'못난이 신발' 클로그가 탄생한지도 15주년이 지났다. 크록스는 지난 2002년 설립 당시 '비치 클로그'를 선보인 후 현재까지 90여개국에서 3억5천만 켤레의 신발을 판매했다. 클로그는 크록스가 자체 개발한 '크로슬라이트' 소재로 만들어져 가볍고 편안한 착화감을 자랑한다.
올해는 크록스 15주년인 동시에 크록스코리아 10주년이기도 하다. 그동안 크록스에게 한국은 어떤 의미였을까.
닛산 지사장은 한국을 '아시아의 이탈리아'라고 정의했다. 한국 소비자들은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은 데다, 다른 아시아 국가와는 차별화된 스타일을 추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은 K-팝이나 IT기기 등을 통해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영감을 주는 나라인만큼 글로벌 전략 측면에서 중요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지난 10년간 한국 시장에서 크록스는 지속적인 성장곡선을 그려왔다. 미국·일본·중국·독일과 함께 크록스 매출 상위 5개국으로 꼽힐 정도다. 특히 최근 10개월간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 ▲유통 파트너사와의 네트워크에 힘입어 기하급수적인 매출 증가세를 나타냈다.
닛산 지사장은 "키즈 카테고리가 가장 큰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제품 포트폴리오는 정확히 키즈·남성·여성이 3분의 1씩 나눠져 있다"며 "아이의 신발을 사주면서 엄마와 아빠도 크록스를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져 최근에는 성인 제품이 더 많이 팔리고 있다. 예컨대 키즈 제품 한 켤레를 판매할 때 성인 제품은 두 켤레가 팔리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까지 전체 매출에서 키즈 제품 비중은 절반에 달했으나, 현재는 30%까지 낮아진 셈이다. 사계절 신는 브랜드를 목표로 로퍼·힐·웨지·부츠·스니커즈 등 남녀노소를 위한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인 덕분이다. 닛산 지사장은 "클로그 외 제품만 100여 가지가 넘는다"며 "웨지의 경우 년 5만개 이상 팔릴 정도로 꾸준히 인기가 높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지난 2월에는 하이패션에도 도전장을 냈다. 크록스는 영국의 디자이너 크리스토퍼 케인과 협업해 켤레당 300 달러에 달하는 한정판을 선보였다. 대리석 문양에 천연석을 더한 이 제품은 봄·여름 런던 패션 위크에 소개돼 큰 호응을 받았다. 두 번째 협업제품은 오는 9월 출시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크록스는 '여름철 어린이 교복'이라 불릴 정도로 키즈 제품이 강세다. 문제는 SPA브랜드를 비롯해 국내외 패션업체들도 아동의류·신발 산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위기의식은 없는지 묻자 닛산 지사장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는 "크록스의 가장 큰 강점은 내구성"이라며 "이는 다른 회사에서도 따라잡기 어렵다"고 자부했다.
"크록스 제품은 오래 신을 수 있는 데다, 비가 오거나 화창할 때 언제든 신을 수 있어 아이와 부모의 만족도가 모두 높습니다. 또 디즈니와 마블 등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고 콜라보레이션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꾸준히 아이들의 관심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크록스코리아 실적 고공행진…"3년 후 매출 2배 가능"
지난 10년 간 크록스코리아는 한국인을 지사장으로 중용해왔다. 지난해 9월 1일 취임한 닛산 지사장은 첫 외국인 대표로, 지난 25년간 슈즈 브랜드를 포함해 다양한 리테일 브랜드에서 근무한 전문가다. 2013년~2016년에는 크록스인디아 지사장으로 활동하며 전국 90개 도시로 판매채널을 확장시키는 등 크록스인디아의 폭발적인 성장을 이끌어냈다.
닛산 지사장은 "한국은 전자상거래와 백화점채널이 활성화됐지만 인도는 쇼핑몰이나 멀티브랜드스토어가 발달돼 있는 등 리테일 산업구조가 다르다"며 "또 한국은 계절별로 다양한 제품이 팔리는 반면 인도는 남성 플립이 주로 팔리는 등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양국 모두 크록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포지셔닝 돼 있고 소비자 반응도 좋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했다.
첫 외국인 지사장으로서 어려운 점은 없었는지 묻자 그는 "글로벌 미팅을 하면 50개국 대표들이 참석하는데 만나보면 별반 차이를 못 느낀다"며 "최상의 크록스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해야 한다는 목표는 동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원들 역시 '비전있는 직장·재미있는 일터'를 바라는 것은 세계 공통이므로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오는 9월이면 닛산 지사장이 취임한 지도 1년이 된다. 홀세일 파트너와의 돈독한 관계 구축, 이커머스 채널 비중 확대 등의 임무를 맡은 그는 지난 1년을 어떻게 평가할까. 그는 "한국 경제가 많이 어렵다고 하지만 우수한 팀원들 덕분에 여전히 좋은 퍼포먼스를 내고 있다"며 "글로벌 본사에서 예상한 매출 목표보다 좋은 실적을 나타내고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크록스코리아가 할 수 있는 일이 많고 잠재력도 풍부합니다. 이 속도대로라면 3~5년 후에 현재보다 2배 높은 실적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인구 감소 등의 문제가 있긴 하지만 항상 어려움은 있어왔기 때문에 잘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한편, 재미·편안함·색상을 핵심 DNA로 여기는 크록스는 15주년을 기념해 "자신의 색깔을 재미있고 편하게 드러내라"는 의미의 '컴 애즈 유 아(Come As You Are)'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윤지혜기자 jie@inews24.com 사진 조성우 기자 xconfin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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