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은기자] 기아자동차의 통상임금 소송이 하반기 산업계 최대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6년을 끌어온 기아차 통상임금 소송 1심 판결이 바로 눈앞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 노조가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의 1심 판결이 이달 17일 나올 것으로 확정됐다.
쟁점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통상임금이란 매월 받는 임금을 근로시간으로 나눈 값으로, 휴일근무수당 등 각종 수당 등을 계산하는 기준이 된다.
만일 이번 판결에서 법원이 기아차 노조의 손을 들어줄 경우, 기아차는 최대 3조원의 통상임금 비용을 부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이길 경우 사측이 부담해야 하는 금액 1조원에, 임금 소멸 시효 3년을 고려해 소급분까지 최대 3조원이라는 비용이 들 것이라는 계산이다.
◆패소 시 3兆 직격탄, 법원 '신의칙' 인정 여부 주목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기존 판례에 비춰봤을 때 기아차의 상여금은 고정성, 일률성, 정기성의 원칙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에 사측이 불리한 입장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다른 한켠에서는 ''신의성실의 원칙(이하 신의칙)'' 적용 여부가 이번 판결을 판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신의칙이란 ''권리의 행사와 의무의 이행은 신의에 좇아 성실히 하여야 한다''는 민법 제2조 1항을 지칭하는 것으로, 법률관계 당사자는 형평에 어긋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내용 또는 방법으로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는 법률상 대원칙이다.
지난 수십년간 임금협상 등을 통해 이어져 온 노사간의 신의도 이에 해당하는 만큼, 법원이 신의칙을 일관성있게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대법원은 지난 2013년 12월 갑을오토텍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된다고 인정하면서, 상여금의 통상임금 포함 요구가 신의칙에 위반될 수 있다는 점을 밝힌 바 있다.
과거 한국GM의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신의칙이 인정된 바 있다. 다만 법원이 신의칙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고 있어 기아차가 이번 소송에서 신의칙을 적용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한 재계 관계자는 "과거 임금협상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을 알았다면, 현재와 같은 임금인상률로 결정하지 않았을 수 있다"며 "과거 인상분에 더해 추가적인 통상임금 확대분을 요구하는 것은 노사 상호간 신의성실 원칙에 반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기아차 ''통상임금 화약고''에 적자전환 우려…업계 촉각
''통상임금''이라는 화약고를 떠안은 기아차는 패소시 3분기 적자전환으로 돌아설 위기에 처했다.
올 상반기 ''사드 여파''로 인한 중국 판매 급락과 내수 부진으로 실적 악화의 길을 걷고 있는 기아차는 통상임금 판결 패소시 그 비용을 3분기에 반영할 방침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패소할 경우 그 재무적 타격은 3분기에 고스란히 반영, 적자전환이 불가피하다.
한천수 기아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지난 7월 27일 상반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통상임금 판결에 대한 재무적 영향이 확정되면 3분기에 이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아차는 어려운 경영환경에 더해 통상임금 소송으로 인한 과도한 비용 발생시, 투자여력 부족으로 자율주행, 친환경차, 커넥티드 등 미래 자동차산업을 선도할 기술력을 잃어 미래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향후 유동성 등 재무적 영향을 고려해 최대한 시장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3조원에 달하는 패소 비용을 고려하면, 이전과 동일한 수준의 배당금 지급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기아차 뿐만 아니라 산업계가 이번 소송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이유는 산업계 전반에 크고 작은 통상임금 소송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아차의 이번 1심 선고 결과가 향후 다른 기업들의 통상임금 소송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산업계에서는 관심과 우려를 동시에 표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통상임금 판결의 영향으로 완성차 및 부품사에서만 2만3천명이 넘는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통상임금 소송으로 일자리 감소와 양극화 문제 등은 물론 약 38조의 부담이 지워질 수 있다는 것이 산업계의 관측이다.
경총 관계자는 "통상임금 문제는 기업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 전체, 국가 경쟁력 하락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특히 중국 사드 여파와 한미 FTA 재협상 등 외부적 위기상황에 통상임금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한국 경제 전반에 위기가 올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은기자 eun0614@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