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기자] 문재인 정부 대선 공약에 따른 가계통신비 인하 대책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가운데 통신사와 알뜰폰업계 반발이 여전하다.
정작 이통서비스 이용자 불만도 여전해 정부가 업계 규제만 강화하고, 소비자 혜택은 기대에 못미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합의를 이끌어낸 알뜰폰 망 도매대가 협상의 경우도 SK텔레콤은 도매대가 추기 인하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는 반면, 알뜰폰은 인하효과가 크지 않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 정책이 이해관계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해관계자 시민단체 등까지 참여한 논의기구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를 구성, 지난 10일 첫 회의를 갖는 등 중장기적인 통신비 인하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협의회는 내년 2월까지 100일 일정으로 보편요금제를 비롯한 완전자급제. 기본료 폐지 등 쟁점 등을 논의하게 된다.
그러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벌써부터 실효성 있는 방안 마련이 어렵다는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협의회가 첫 의제로 삼은 완전자급제도 문제지만, 당장 내년 시행을 앞두고 법 개정까지 나선 보편요금제를 둘러싸고 관련 업계는 벌써부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실제 이용자 혜택은 크지 않은데 이통사는 규제에 따른 부담을, 알뜰폰 업계는 요금경쟁력 약화 등 이유로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갑자기 바뀐 알뜰폰 수익배분 기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무선망 의무도매제공사업자인 SK텔레콤은 지난 8일 알뜰폰 업계와 망 도매대가 인하 등에 합의했다.
양 측은 협상을 통해 'LTE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도매대가 비율을 전년대비 평균 7.2%p(도매대가 납부금액 기준 10.4%p) 인하하고, 특히 데이터 제공량이 300MB~6.5GB인 구간은 평균 11.7%p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지난 6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보편요금제 도입 대안으로 알뜰폰 업계 지원책의 약속한 도매대가 인하 일환이다.
하지만 5개월여에 걸친 협상 끝에 LTE의 경우 7%포인트 가량 인하키로 협상했지만 SK텔레콤도, 알뜰폰 업계 모두 이에 대한 부담이나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먼저 알뜰폰 업계는 이번 도매대가 인하 등이 기대에도 못미친다는 지적이다. 산정 방식 등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올해부터 알뜰폰 사업자가 가입자에게 받은 수익 중 의무도매제공사업자에 원가로 지불하는 비율을 산정하는 방식이 달라졌다.
지난해까지는 가입자에게 받는 요금에서 기본료를 뺀 금액에 도매대가율을 적용했다. 알뜰폰 요금제에서 기본료는 망을 빌려주는 이동통신사가 타사에 지불하는 상호접속료를 부담하는 개념으로 구성돼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본료 구분없이 도매대가율을 산정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인하율이 당초 국정위가 약속한 10%p에 맞추기 위한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그나마도 실제 인하율은 이에 못미치는 7%p에 그쳤다. 또 이번 발표에는 LTE 요금제 중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아닌 요금제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도 없었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번에 인하율을 발표하면서 산정기준이 왜 바뀌었는지 설명도 없고, 데이터 중심 요금제가 아닌 LTE 요금제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며, "알뜰폰을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 주체로 키우겠다는 당초 취지 등을 의심케 하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이통사(MNO)의 LTE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는 기본료가 없기 때문에 알뜰폰의 망 도매대가의 산정 방식도 이에 맞게 바꾼 것"이라며, "또 저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에서 실질적으로 원가 비율이 감소한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데이터 사용량이 무제한인 요금제에서는 도매대가 인하율이 미미하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보편요금제 효과? 이용자·업계 모두 '반발'
알뜰폰 업계가 이번 도매대가 인하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는 또다른 배경은 과기정통부가 입법 예고한 '보편요금제' 탓이다.
정부의 보편요금제는 현행 3만원대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음성(200분), 데이터(1GB) 등을 2만원대 요금제로 낮춰 제공하도록 하는 제도다. 일정 수준의 음성과 데이터를 기본 제공, 통신비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문제는 이 경우 가격경쟁력을 앞세웠던 알뜰폰 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 도매대가 인하 등 지원책 마련에 목소리를 냈던 이유다.
실제로 알뜰폰 큐레이션 사이트 '알뜰폰 허브'에 따르면 현재 시중에는 음성 200분, 문자 200건, 데이터제공량 1.5GB인 알뜰폰 상품이 월 1만6천500원에 판매중이다. 보편요금제 출시로 이통사 요금제와 가격 차가 줄어들 경우 멤버십이나 결합상품 할인 혜택을 포함한 이통사룰 선택할 확률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우려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지난 9월부터 선택약정 할인율 상향으로 알뜰폰의 경쟁력이 떨어져 업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며 "이에 더해 보편요금제 도입시 알뜰폰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정위도 이의 대안으로 보편요금제 도입시 알뜰폰 도매대가에 특례를 인정, 상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방침이었으나 아직 구체적인 대안은 나오지 않은 상태다.
이통 업계도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일정한 요금 수준을 제시하는 등 시장가격에 개입한다는 점에 대한 우려와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하고 있다. 선택약정할인율이 25%까지 상향되는 등 부담이 늘어난 상황에서 보편요금제로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영상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은 "보편요금제는 정부가 민간 서비스 요금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통신 사업자 입장에서 수용하기 매우 어렵다"며,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인위적 요금 인하 보다 시장에서 요금 경쟁 활성화를 유도하는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현행 정부 제시안인 보편요금제의 이용자 혜택 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이의 확대나 아예 기본료 폐지 등 논의를 재개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결국 업계와 이용자 등 이해관계자 모두가 반발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러나 정부는 이의 시행을 일정대로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이달 중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심사한다. 이후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올 연말 국회 상임위에 제출될 예정이다.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도 보편요금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나 기존 입법일정에는 차질을 빚지않게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보편요금제 입법은 협의회와 별도 진행된다"며 "향후 협의회 논의 내용 등을 반영해 (필요하다면) 보편요금제를 수정·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를 명확히 했다.
도민선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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