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STX조선해양 노조가 사측의 인적 구조조정이 포함된 자구안에 반발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정부는 다음달 초까지 자구계획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하겠다는 입장이어서 STX조선의 미래는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게 됐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 노조는 지난 26일부터 경남 창원 진해조선소에서 무기한 파업에 돌입했다. 휴직자 300명을 포함해 생산직 700명 정도가 파업에 동참했다. 이들은 경남 창원시 안민터널 인근에서 정부의 인력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현수막을 내걸며 선전전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사측에 인적 구조조정 방안이 제외된 자구안을 내놓기를 요구했다. STX조선은 채권단의 요구대로 한달 내 인력을 40% 이상 감축해야 한다. 하지만 노조는 이미 인력감축을 단행해 2013년 8천600여명이던 직원이 1천400여명으로 줄어든 상황에 추가 감축은 지나친 처사라고 주장한다.
고민철 금속노조 STX조선지회장은 지난 8일 서울 상경집회에서 "독자생존이 가능한 사업장에서 선박을 건조하는데 추가 사람이 부족한데도 사람을 자르라는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는 정부의 확약서 제출 요구에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사측은 인적 구조조정이 추가로 이뤄지지 않으면 회사를 살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사측은 지난 20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생산직 인건비 75%를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실제로 지난 19일 이후 27일 현재까지 생산직 직원 16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다.
앞서 장윤근 STX조선 대표이사는 지난 19일 담화문을 통해 "4월 9일까지 자구계획안과 이에 동의하는 노사확약서가 제출돼야 한다"며 "정부가 발표한 컨설팅 결과에는 계속기업가치보다 청산가치가 높아 생산직의 75%에 해당하는 인건비를 줄이는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STX조선은 오는 30일까지 생산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을 예정이다. 퇴직신청한 직원들은 이달 31일까지 근무한 뒤 회사를 떠나게 된다. STX조선 관계자는 "노조와 협상을 계속 시도하고 있다"며 "최대한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말했다.
노사가 인적 구조조정을 놓고 격돌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여전히 완강한 입장이다. 이미 정부가 부실 조선사에 대한 구조조정 원칙을 천명한 마당에 노사간 갈등 탓에 원칙을 깰 경우 자칫 국민적 비판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산업은행 한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산업은행은 이미 '40%+α'수준의 자구계획과 사업재편 방안에 노사확약서를 미제출 시 원칙대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며 "노사간 충돌 양상과는 달리 채권단의 입장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노사확약서 제출기한은 다음달 9일까지로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자구안을 놓고 STX조선 노사가 충돌하는 양상에다 채권단 역시 물러설 뜻이 없다는 점에서 STX조선 역시 성동조선과 마찬가지로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정부는 8일 산업경쟁력강화 관계 장관회의에서 STX조선에 대해 인력감축 등 강도 높은 자구안 마련을 전제로 경영을 정상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한달 내 고정비용 감축과 자산매각 및 유동성 부담 자체 해소 등 자구계획에 대한 노사확약서를 제출하지 못할 경우 법정관리를 신청하기로 했다.
이영웅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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