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허인혜 기자] 삼성화재가 신 지급여력(RBC)제도인 킥스(K-ICS) 내부모형을 처음으로 제시하며 보험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삼성화재의 내부모형을 평가하며 킥스 내부평가의 기준점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대형사는 삼성화재의 뒤를 이어 내부모형을 제출하고, 일부 중소형사는 표준모형을 따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삼성화재 예비신청 심사로 신RBC 내부모형 '초석' 다진다"
1일 금융감독원은 신RBC 도입에 대비해 이달부터 보험사의 내부모형 승인 예비신청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RBC는 보험사의 순자산가치, 즉 손실흡수금인 가용자본에서 리스크 총량인 요구자본을 나눈 값으로 보험사의 건전성을 평가하는 주요 지표다. 킥스 시행 후 보험사는 RBC 산출 방법을 금융당국이 제시한 표준모형과 자사의 내부모형 중 선택해 사용할 수 있다.
표준모형은 보험업계의 리스크 평균을 중심으로 계산하지만 내부모형은 각 사의 특징적 리스크를 포함해 위험성 관리에 좀 더 효과적이다. 박종수 금감원 보험리스크관리실장은 "금융당국의 모형은 업계 전체 통계를 기반으로 한다면, 회사는 회사 자체의 통계가 충분하고 객관적이라면 해당 자료로 내부모형을 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어 A보험사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좋지만 전 업권에서는 실손보험 손해율이 낮아 금융당국이 실손보험 손해율을 관리하는 방향성을 제시하면, A보험사는 자체 평가를 통해 실손보험보다 다른 상품군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을 채택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업계 최초로 예비신청에 뛰어든 삼성화재의 예비신청절차를 통해 내부모형 심사의 기준점을 마련할 계획이다. 예상 기간은 6개월 가량이다.
정해석 보험리스크제도실 팀장은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모두 처음 진행하는 심사이기 때문에 삼성화재 예비신청절차가 초석이 될 수 있다"며 "매뉴얼과 체크리스크를 만들면서 타 보험사의 내부모형도 최소한 이 정도는 갖춰야 한다는 기준점이 마련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든 보험사가 내부모형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보험사의 기준과 인력에 따라 기초적인 단계의 내부모형에서 실제 리스크 산출이 가능한 수준까지 오른 보험사까지 천차만별이라는 게 금융당국의 전언이다. 삼성화재 역시 일부 수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내부모형 '빈익빈부익부' 부를까…당국 "선택의 문제"
전 보험사가 내부모형을 갖출 수 있을지를 두고 업계 안팎의 시선은 엇갈린다. 대형사들은 차례로 내부모형 심사를 신청하고, 중소형사의 경우 일부는 내부모형 채택을, 나머지는 경제성에 기댄 선택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화재가 '장기손해보험 리스크 산출 내부모형'에 대한 승인 예비신청서를 금감원에 제출하며 보험사 자체기준의 물꼬를 텄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위험이 발생했을 때를 평가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삼성화재에 최적화된 통계를 찾는 게 중요하다"며 "표준모형은 업계 공통기준으로 요구자본을 산출하지만, 자체모형은 회사 데이터 및 자체적으로 구축한 리스크 모형을 활용하여 회사의 실질적인 특성을 더 잘 반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사들은 삼성화재의 궤적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대형사 관계자는 "아직까지 내부모형 평가를 확정해 낸다는 이야기는 없지만, 업계 관점에 비춰보면 대형사는 대부분 내고 중소형사들은 일부만 제출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대형사와 중소형사의 입장차가 갈리는 지점은 인력과 비용이다. 내부모형을 사용하면 자사에 최적화된 리스크가 반영된다는 장점이 있지만 최초 모형을 구축하기까지 기회비용이 발생한다. 한번 내부모형을 도입하면 표준모형으로 돌아가기 어려워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일부 중소사들은 내부모형을 갖추느니 급한 다른 불을 끄는 데 치중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당국 역시 중소형사의 내부모형 채택은 선택의 문제라고 답했다. 정 팀장은 "내부모형의 개발 비용을 상치할 만큼의 유의미함을 끌어내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회사의 선택"이라며 "다만 금융당국은 회사가 각자 개별적인 리스크 판단 시스템을 갖추는 게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허인혜기자 freesi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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