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한상연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개인회사인 태경화성이 돌연 청산을 추진하는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일 한화그룹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이 100% 지분을 보유한 태경화성은 올해 6월 초 이인재 대표이사를 대표청산인으로 선임해 청산작업을 진행 중이다. 청산 절차는 통상 4개월이 소요된다. 따라서 10월 초 안으로 청산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김승연 회장은 앞서 2011년 6월 정종오 전 대표이사가 보유하고 있던 태경화성 주식 7만5천400주(65.17%)를 사들이면서 최대주주에 올랐다. 취득 당시 차명주식으로 보유하고 있다가 2013년 3월 실명전환을 해 최초 취득가는 확인되지 않는다.
태경화성은 2017년 4월 김승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보유하고 있던 나머지 주식 4만300주(34.83%)를 50억원에 사들인 후 소각했다. 이로써 김승연 회장의 지분율은 100%가 됐다.
특히 태경화성은 2015년 16억6천만원, 2016년 10억6천만원, 2017년 16억2천만원 등 3년간 43억3천만원의 배당금을 지급하는 등 김승연 회장에게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준 알짜회사다.
그런 태경화성의 청산을 두고 앞서 한화그룹이 일감몰아주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벌인 작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크다.
한화그룹은 일감몰아주기 해소를 위해 지난 5월 말 한화S&C와 한화시스템의 합병 계획을 발표, 8월 합병작업을 마치고 한화시스템으로 새 출발했다. 그러나 태경화성은 일감몰아주기 해소와는 전혀 무관하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비상장사의 경우 총수일가 지분율이 20%를 넘었을 때, 내부거래 금액 200억원, 내부거래 비중 12% 이상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받게 된다.
지난해 기준 태경화성은 매출 787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한 금액은 6억원(0.8%)에 불과하다. 지난해 한화케미칼로부터 상품을 매입한 비용이 578억원에 달하지만, 현행법상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 어느 부분에서도 위법 소지는 없다.
이처럼 위법 대상이 아닌데도 청산이라는 극단의 방법을 선택한 것은 오너의 사익편취 관련 논란을 해소하는 한편, 김승연 회장의 현금 확보를 용이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법인 청산 시 잔여재산 가액(자산-부채) 확정 후 주주들에게 지분율만큼 잔여재산을 분배하도록 돼 있다. 주주가 잔여재산 취득 시 재산가액에서 법인 주식 취득 자금을 차감, 해당 금액에 대해 배당소득세(15.4%)가 징수된다.
지난해 말 태경화성은 자산 237억원, 부채 126억원의 재무상태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잔여재산 가액은 약 111억원이다. 청산 시 이는 모두 김승연 회장의 몫이 된다.
현재로서는 김승연 회장이 해당 주식을 2011년 당시 얼마에 취득했는지 알 순 없지만, 그가 실제 손에 쥘 수 있는 금액은 배당소득세 공제 후 약 100억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화 보통주(8월 31일 종가 기준) 0.4%를 추가로 매입할 수 있는 규모다.
대개 청산은 사업적 비전이 없을 경우 선택하는 최후의 카드 성격이 짙다. 하지만 태경화성은 1999년부터 2017년까지 19년간 매년 1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냈다. 청산 카드를 꺼내들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때문에 태경화성 청산은 사익편취 논란을 없애면서도 현금을 확보하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방법으로 비쳐진다.
한화그룹에서도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일감몰아주기 문제로부터 자유롭기 위한 선택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이슈가 나올 때마다 언급됐던 곳이다 보니 김승연 회장이 굳이 가지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청산을 진행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그간 한화케미칼로부터 화공약품을 매입해 도매를 했던 업무는 완전히 정리하고, 인력은 당사자들이 원할 경우 각 계열사로 고용을 승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상연기자 hhch111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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