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한화그룹이 23일 7개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인사를 일제히 단행했다. 특히 이번 인사는 '성과'와 '현장중심'으로 검증된 전문경영인을 전진배치해 차세대 산업을 이끌어나간다는 김승연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인사로 그룹 내 입지가 강화된 김연철 사장과 옥경석 사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날 한화에 따르면 한화시스템, ㈜한화 기계부문, 한화테크윈, 한화정밀기계, 한화케미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첨단소재부문, 한화에너지 등 한화 7개 계열사가 신임 대표이사 인사를 발표했다.
그동안 한화그룹의 계열사들은 대내외 경영환경에 발 빠르게 대처하기 위해 수시인사를 통해 대표이사 인사를 실시해왔다. 불확실한 국제질서와 전후방 산업부진에 따른 실적악화 등 대내외적 불안정성이 가중되는 가운데 수장을 교체해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키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올해 2분기 한화그룹의 실적은 저조했다. 한화그룹의 지주사 ㈜한화는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한 12조7천959억원에 불과했다. 영업이익은 3천636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48.5% 감소했으며 순이익도 53.8% 줄어든 1천922억원에 그쳤다.
◆유일하게 승진한 김연철 사장, 한화시스템 단독대표로
이번 인사에서 주목을 받는 인물은 한화시스템 대표이사로 내정된 김연철 사장이다. 김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유일하게 부사장에서 승진하며 단독 대표이사로 오르게 됐다. 그는 ㈜한화 기계부문·한화정밀기계·한화테크윈 등 세 회사의 대표를 겸직하면서도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이로써 현재 한화시스템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장시권 대표는 상근고문으로, 김경한 대표는 ICT 사업총괄로 사실상 경영 최선에서 물러난다.
한화시스템은 첨단 방산전자 시스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김연철 사장이 한화정밀기계·테크윈 등 방산전자분야에서 쌓은 경험을 한화시스템에 접목, 사업고도화와 신규사업 확대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내다봤다. 또 현재 추진 중인 한화시스템 상장을 마무리해야 할 책임을 떠안게 됐다.
한화테크윈과 한화정밀기계 대표이사에는 각각 안순홍 한화테크윈 영업마케팅실장과 이기남 한화정밀기계 사업총괄이 내정됐다. 김연철 사장의 업무를 분할하고 사업 전문성을 갖춘 내부인사를 승진시켜 감시장비와 산업용 장비를 비롯해 협동로봇 시장 등 기계분야까지 사업 효율성을 끌어올리기로 했다.
◆'삼성출신' 옥경석 사장, ㈜한화 화약방산 이어 기계부문까지
㈜한화 화약방산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옥경석 사장이 기계부문 대표이사도 겸직하게 됐다. ㈜한화는 ▲화약방산부문 ▲기계부문 ▲무역부문 ▲지원부문 등 4개 부문으로 나뉘어 있다. 기계부문을 담당한 김연철 사장이 한화시스템으로 이동하면서 옥경석 사장이 기계부문까지 맡게 된 것이다.
㈜한화의 사업부문이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화는 지난해 10월 화약부문과 방산부문을 통합했는데, 옥경석 사장이 화약방산부문 통합대표로 오른 바 있다. 계열사 한화정밀기계와 유사한 사업부문을 통합하고 나머지는 화약방산부문으로 통합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재계에서는 옥경석 사장의 빨라지는 경영 보폭에 대해서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맨 출신인 옥경석 사장은 경영 효율화를 추진하고 회사의 중장기 전략방향을 제시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화그룹은 오는 2025년까지 방산부문 매출을 12조 원대로 끌어올려 세계 10위권의 방산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만큼 옥경석 사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게다가 그는 ㈜한화 사업부문 대표 중 최고령자로 김승연 회장의 핵심참모로 부상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김창범 한화케미칼 부회장, 경영일선서 후퇴…세대교체 '가속'
한화케미칼 신임대표에 이구영 부사장이 선임되면서 김창범 부회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김창범 부회장은 이사회 의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이구영 신임 대표이사를 물밑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지난해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고문으로 물러나고 신학철 부회장으로 대체된 것과 유사한 세대교체형 인사다.
이 신임 대표는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 등을 거친 화학 및 에너지 분야 전문가다. 한화케미칼의 글로벌 사업 확대 및 고부가가치 사업 확대를 이끌어갈 변화와 혁신의 적임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2018년 10월부터 약 1년간 한화케미칼 사업총괄 역할을 맡아왔다.
한화케미칼은 업황 부진으로 최근 3년간 기대에 미치는 실적을 내지 못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은 9조460억원으로 지난 2016년 이후로 꾸준히 감소세이며, 영업이익은 3천543억원으로 전년 대비 반토막났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사업효율화를 통한 실적개선이라는 대형 과제를 맡게 됐다.
아울러 한화케미칼과 100% 자회사인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 합병 문제도 남아 있다. 석유화학과 소재, 태양광 사업부문을 통합해 경영의 효율성 제고와 시너지 효과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하는 임무도 풀어야 할 숙제다.
◆첨단소재 대표이사에 류두형 부사장…김희철과 공동대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첨단소재부문은 류두형 한화에너지 대표이사 부사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로써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와 공동 대표를 유지하며 내년 1월1일부로 한화케미칼과의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는데 집중해야 될 것으로 보인다.
류 신임대표는 회사의 전신인 한화종합화학으로 입사해 영업팀장, 자동차소재사업부장 등 다양한 분야를 거쳐왔다. 2015년 6월부터 한화에너지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집단에너지 사업 및 태양광 사업을 확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존의 이선석 대표이사(부사장)는 상근고문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
한화에너지는 정인섭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정 대표이사는 대우그룹 비서실, KPMG 컨설팅, 벽산건설 해외사업담당, 한화생명 해외사업팀장 등을 거친 글로벌 전략 전문가다. 정 대표이사는 미국, 호주, 베트남, 스페인, 아일랜드 등 한화에너지의 글로벌 사업 확장에 앞장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에 내정된 7개 회사의 대표이사들은 각 사의 일정에 따라 주주총회와 이사회 등을 거쳐 대표이사로 최종 선임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철저한 성과위주로 진행됐으며 향후 신규사업을 확장하고 경영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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