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포스트 반도체' 사업으로 바이오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보고 공격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최 회장은 2012년 3월 인수한 SK하이닉스가 SK그룹의 체질을 '수출 주도형'으로 바꿔 놓았다면 최근 바이오 사업 강화에 팔을 걷어붙이며 기업 가치와 성과를 끌어올리기에 힘을 쏟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1993년 불모지 같은 제약사업에 진출한 최 회장의 의지가 최근 결실을 거두고 있다. 2002년 최 회장은 바이오 사업의 육성을 통해 2030년 이후에는 그룹의 중심축 중 하나로 장기 목표를 제시했다.
신약 개발에서 의약품 생산, 마케팅까지 모든 밸류체인을 통합해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제약기업을 키워낸다는 비전이었다.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최 회장의 흔들림 없는 의지로 투자하며 성장을 독려해 왔다. 같은 해 생명과학연구팀, 의약개발팀 등 5개로 나누어져 있던 조직을 통합, 신약 연구에 집중케 하는 한편, 다양한 의약성분과 기술 확보를 위해 중국과 미국에 연구소를 세웠다.
실제로 1993년 신약개발연구팀으로 출발한 SK바이오팜은 처음부터 신약 연구에만 매달렸다. 복제약(바이오시밀러)을 판매하는 것보다 불확실성은 크지만 한 번 성공하면 큰 시장을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에도 신약개발 조직을 따로 분사하지 않고 지주회사 직속으로 둬 그룹 차원에서 투자와 연구를 지속하게 한것 역시 최 회장의 신약 개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약개발이야말로 단기 실적 압박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투자와 장기적인 비전이 담보돼야 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룹의 투자형 지주회사인 SK(주)는 2016년 SK바이오텍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바이오 사업을 새 먹거리로 보고 집중 육성에 나섰다. 2017년에는 BMS(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 아일랜드 공장을 인수를, 2018년에는 미국 앰팩(AMPAC)의 지분 100% 인수하며 글로벌 M&A를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국내 유망 스타트업인 스탠다임 지분 투자로 제약바이오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 10월 SK㈜는 의약품 생산법인 세 곳을 통합해 SK팜테코를 설립했다. SK바이오텍과 SK바이오텍 아일랜드, 앰팩 등 여러 지역에 분산돼 있던 의약품 생산사업의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시너지와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포석이다.
아울러 그룹은 SK바이오팜 외에도 SK바이오텍, SK케미칼 등 바이오 분야 계열사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SK의 신약개발 역사는 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거듭해 혁신을 이뤄낸 대표적 사례라고 그룹 측은 강조했다. 명실상부한 글로벌 제약사의 등장이 침체된 국내 제약사업에 큰 자극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 회장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를 비롯해 반도체·소재, 에너지 신산업, 차세대 ICT, 미래모빌리티를 5대 중점 육성분야로 삼고 향후 80조원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장 일각에선 SK(주)에 대해 "투자형 지주회사로서의 가치부각이 기대된다"라고 평가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자회사들의 순차적 상장, 신성장 포트폴리오 성장, 주주가치 제고 지속으로 '투자형 지주회사'로서의 가치부각이 기대되는 기업"이라며 "지배구조 개편 가능성은 덤"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무난한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했다.
김 연구원은 "SK(주)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4조2천21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가량 감소하겠지만 영업이익은 1조7천78억원으로 시장 컨센서를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신성장 포트폴리오에 의한 실적 모멘텀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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