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미증유의 코로나19 사태에 세계 경제가 마비되다시피 하면서 국내 기업의 재무상황도 악화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기업들 신용등급까지 줄줄이 떨어지면서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시장 전문가는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금리가 상승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이 늘면 투자심리가 악화돼 등급이 높은 기업들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
6일 신용평가 업계에 따르면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올해 들어 신용등급을 낮췄거나 하향 검토 대상이라고 통보한 한국 대기업은 21곳에 달한다. 이마트, LG화학, SK이노베이션 등은 등급이 이미 떨어졌다.
무디스와 S&P(스탠다드앤푸어스)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이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 줄하향을 예고하면서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등급 방향성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에서 신차 판매 수요가 급감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했다. '부정적' 전망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기 위한 예비 단계다.
무디스는 "앞으로 현대차와 기아차는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및 북미 시장에서 신차 판매가 부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현지에서 생산설비 가동 중단이 더 장기화하고 자동차 판매 대수 회복이 상당히 지연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는 S-Oil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신용등급 'BBB'를 유지했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는 "높은 유가 변동성 속에서 수요 둔화와 험난한 거시 경제환경으로 인해 S-Oil이 올해 매우 부진한 영업실적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영업환경 악화가 큰 폭의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내년 회복 전망에도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뿐만 아니라 한국기업평가, 나이스(NICE)신용평가, 한국신용평가 등 국내 3대 신용평가사도 최근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한진칼, 두산중공업, 두산, OCI 등 총 17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강등하거나 하향검토 대상에 올렸다.
A그룹 관계자는 "기업의 신용등급이 내려가면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생긴다"며 "회사채 금리가 올라가기도 하고, 전반적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다"고 우려했다.
코로나19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공포로 경제 쇼크가 가시화되자 국내 기업들이 비상경영활동에 돌입했다. 수출과 내수가 모두 붕괴하면서 올해 경영계획을 전면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기업 실적은 물론 신용도도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기업의 실적악화 우려로 금융시장이 대혼란을 빚고, 회사채 시장 만기를 앞두고 자금시장 위축 등 악순환 조짐에 기업들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B그룹 관계자는 "기업 활동에서 가장 큰 리스크가 불경기와 불확실성"이라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손실은 더 커지고 위축된 기업들의 활동이 풀릴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했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도 속속 위기 대응 전면에 나서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사업장을 방문해 디스플레이 사업을 점검했다. 같은 달 이 부회장은 경북 구미사업장을 찾아 스마트폰 생산라인을 점검하는 등 2주 동안 두 차례 현장경영에 나섰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주요 계열사들이 참여하는 비상경영회의를 준비시킨 것으로 전해졌다. 구광모 LG 회장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향후 대응전략을 마련하는 현장경영에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은 코로나19와 관련해 글로벌 사업장 가동현황 등을 매일 확인 중이다. LG는 계열사별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공급과 수요상황을 일 단위로 점검하며 생산, 공급망 관리, 재고 관리 등 대응방안을 마련해 실행하고 있다.
유승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스탠다드앤드푸어스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지난 26일까지 483개 기업과 국가에 대해 206곳의 등급을 강등했고, 277곳의 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했다"며 "유가 하락과 경기침체 영향이 큰 소버린과 자동차, 은행 업종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향 조정이 이뤄졌다"고 했다. 경기침체와 공급망 훼손의 타격이 큰 글로벌 자동차업체들도 대부분 신용등급이 조정됐다고 유 연구원은 설명말했다.
유 연구원은 "과잉 유동성 국면에서는 절대수익이 가장 중요했지만 앞으로 크레딧 투자에 있어 신용의 질이 보다 중요해질 것"이라며 "펀더멘털에 따른 차별화와 옥석가리기가 진행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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