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일고 있는 친환경 바람이 태풍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상품 등에 친환경적 요소를 강조함은 물론, 배송과 포장에 이르는 상품 유통의 전 부분에 친환경 요소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고 있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9년 1천757톤 수준이었던 일일 플라스틱 쓰레기 배출량은 지난해 1천998톤으로 집계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배달 서비스 이용량과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것이라는 평이다.
이에 소비자와 업계를 중심으로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정부 또한 투명 페트병 배출 정책 시행 등을 비롯해 친환경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특히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치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모습이다. 다만 이 같은 시장의 움직임에 비해 정책적 지원은 다소 미미한 면이 있어 보완이 요구된다.
◆ 상품 제조 과정부터 '친환경'…"투명 페트병은 이제 상식"
최근 코카콜라는 국내 탄산음료 최초로 라벨을 없앤 '씨그램 라벨프리' 제품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달 환경부와 코카콜라가 체결한 포장재 재활용 용이성 확대를 위한 협약에 따라 기획된 것으로 투명 페트 용기에 라벨을 부착하지 않아 재활용 효율성과 분리수거 편의성을 높였다. 라벨에 기록되던 내용은 양각으로 용기에 새겼다.
생수 상품에서는 일찍부터 무라벨이 도입됐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월 무라벨 생수 '아이시스 8.0 에코(ECO)'를 출시했다. 또 롯데마트, GS25, CU, 제주개발공사, 일화 등 생수를 제조·유통하는 기업들은 지난 1월부로 시행된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제도 시행에 맞춰 대부분 라인업에 무라벨 제품을 도입하며 업계 전반으로 확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플라스틱 빨대도 '퇴출' 움직임의 대상이다. 스타벅스는 일찍부터 빨대를 종이로 대체했으며 맥도날드도 빨대를 사실상 퇴출시키고 있다. 특히 맥도날드는 고유 캐릭터 '뚜껑이'를 내세워 관련 정책을 홍보하는 등 소비자의 동참을 유도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해 호평받기도 했다.
또 편의점업계도 커피 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전용컵을 친환경 컵으로 대체하고 생분해성 플라스틱 빨대를 도입하는 등 친환경 흐름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친환경 정책이 시행되는 것과 소비자들의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을 고려해 볼 시 친환경 상품을 만드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앞으로 더욱 빠른 속도로 다양한 분야의 상품들이 친환경으로 대체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장에서 배송까지 '친환경'…폐기방식 제정 등 정책적 지원 필요
상품을 넘어 포장에까지 친환경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11번가는 MD가 직접 선별한 '십일초이스' 상품 중 일부 포장에 테이프를 모두 없앤 '테이프리스' 박스를 활용하고 있다.
동원몰도 소비자가 손쉽게 힘을 가해 포장을 뜯을 수 있는 절취선을 가지고 있는 '아이팩(I-PACK)'을 상품 배송에 활용하고 있으며 아모레퍼시픽도 포장재 및 완충재 모두를 종이로 채운 배송 박스를 운영중이다. CJ제일제당 또한 최근 상부 캡을 없앤 스팸 선물세트를 선보이는 등 친환경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배송과 배달 역시 친환경이 대세다. 쿠팡은 2019년부터 쿠팡CLS 배송 기지인 대구 CLS캠프에 전기 트럭을 투입하고 있다. 롯데슈퍼도 지난 6일부터 송파점, 신천점 등 수도권 일부 점포에서 친환경 전기자동차 11대를 배송에 투입하고 있으며 신세계도 자동화 물류센터 '네오003'을 중심으로 콜드체인을 갖춘 전기 배송차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또 배달의민족은 B마트 배달에 초소형 전기차를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업계의 움직임에 비해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은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가 도입하고 있는 친환경 플라스틱 폐기에 대한 규정이 없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현재 정부는 생분해성 플라스틱(PLA)와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을 친환경으로 인증하고 있다.
다만 매립해야 분해가 되는 PLA는 현재 매립지가 없는 상황 속 일반폐기물로 분류되고 있어 소각 처리되고 있다. 또 바이오매스 플라스틱은 크기 등의 문제로 재활용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업계는 폐플라스틱으로 친환경 섬유를 만드는 등 '업사이클링'에 힘쓰고 있지만 한계가 있는 만큼 하루 빨리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절차 등 이유로 정책이 업계의 친환경 시도에 곧바로 대응하는 것이 어려운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현재 업계가 친환경 정책 도입에 적극 나서도록 유도한 요인 중 하나가 정부 정책인 것도 사실"이라며 "업계발 혁신에 기댈 것이 아닌 정책적 뒷받침을 통해 좀 더 빨리 친환경이 제도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