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정태현 기자] 지난해 결산 결과 메리츠증권이 영업이익 1조원 클럽에서 탈락했다. 메리츠증권의 부진은 해외주식 거래 부진 영향으로 평가된다. 결국 메리츠증권은 작년 말부터 해외 주식 거래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 1조 클럽을 달성한 곳은 한국투자·삼성·키움증권 등 3곳(별도 재무제표 기준)이다. 메리츠증권은 2022년 유일하게 1조 클럽에 가입했다가 3년 만에 탈락했다.

메리츠증권의 영업이익 1조원 미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변수는 해외주식 위탁거래 수수료로 평가된다. 지난해 트럼프 트레이드(트럼프 수혜 자산 투자)와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여파로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거래대금이 연일 역대치를 경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메리츠증권의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는 약 32억원이다. 전체 수탁수수료가 775억원에 불과하고, 외화증권 수탁 수수료 비중은 4%에 그친다. 이에 비해 미래에셋증권(2700억원), 삼성증권(2200억원), 키움증권(2090억원) 등은 외화증권 수탁수수료가 전체 수탁수수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38%, 36%, 29%에 이른다. 한투증권도 비중이 26%나 된다. 토스증권의 경우 그 비중이 93%로 절대적이다.
메리츠증권은 S&T부문의 압도적 강점과 부동산PF 등 채무보증 수수료 등에서의 우위로 인수및주선수수료의 약세를 만회하고 있다. 그럼에도 수탁수수료의 절대적 열세는 뒤집기 어려운 요소다.
메리츠증권이 지난해 11월 국내외 주식 거래 수수료와 달러 환전 수수료를 무료화한 것도 이러한 연유로 평가된다.
토스증권의 비약적인 해외주식 수수료 증가에 메리츠증권이 자극을 받았다면, 키움증권 등은 반격에 나섰다. 키움증권은 이달 서학개미를 위해 '주식 더 모으기(적립식 투자 서비스)'를 출시한다. 매수 수수료와 환전 수수료도 받지 않기로 했다. 업계는 토스증권의 약진에 모으기 서비스의 영향력이 상당하다고 본다.
한국투자증권은 글로벌 역량으로 동원하고 있다. 지난해 미국 금융회사 스티펄 파이낸셜과 손잡고 'Sleepless in USA' 서비스를 선보였다. 서학개미들의 투자 종목이 10여개로 한정된 걸 고려해, 다양한 종목을 소개하는 보고서를 제공한다. 현지 보고서를 당일에 무료로 하루에 두 개씩 번역해 준다.
미래에셋증권은 인공지능(AI) 활용에 나서고 있다. AI가 해외 주요 뉴스와 공시를 번역해 제공한다. 뉴스는 로이터(REUTER),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 CNBC를, 공시는 미국·일본·중국·홍콩이 대상이다.
아울러 배당, 이자소득, 절세 일정을 관리해 주는 플래너 서비스도 미래에셋증권만의 차별 지점이다.
삼성증권은 강점인 유튜브에 집중하고 있다. 삼성증권 채널의 구독자 수는 218만명으로 증권사 중 가장 많다. 매일 전날 뉴욕 마감 시황을 2분짜리 영상에 핵심만 담아 전달하고, 투자 상식을 소개하는 쇼츠 드라마도 꾸준히 올리고 있다.
영국·프랑스·독일·벨기에·네덜란드·포르투갈 등 유럽 주요 6개국을 포함해 40개 시장의 주식 매매 서비스를 하는 것도 주요 특징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 거래가 늘어나는 시장 트렌드에 맞춰 증권사들이 서학개미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며 "2030 세대와 같은 고객들이 새로 유입되면서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태현 기자(jth@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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