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진광찬 기자] "오늘 1월분 대금이 드디어 들어왔네요. 당장 빠져나가야 하는 물류비와 인건비는 막았지만, 홈플러스에서 계속 장사해도 되는지 불안감은 지울 수가 없네요."

수도권의 한 홈플러스 매장에 입점해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하는 A 점주는 12일 홈플러스에서 1월 매출분 약 2000만원을 받았다. 그간 직원 월급을 주기 위해 현금서비스까지 받는 등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을 경험했다. 당초 지급 예정일이었던 지난 4일보다 여드레 정도 늦어졌는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돌입으로 정산이 지연된 탓이다.
A 점주는 "1월분 매출분을 받아 당장 급한 불은 껐지만, 여전히 걱정이 앞선다"며 "당장 또 3월 말에 2월분 매출을 받아야 다음 달에도 정상 영업이 가능한데, 최악의 상황을 겪으니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이날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홈플러스 입점업체(테넌트)를 운영하는 일부 소상공인들이 1월분 매출을 정산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테넌트는 대부분 홈플러스 전용 단말기로 결제를 받고, 수수료와 관리비 등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익월 30일에 받는다. 1월 매출분의 경우 2월 30일이 없어 3월 첫 평일인 지난 4일에 정산이 이뤄졌어야 한다. 하지만 당일 홈플러스가 갑작스런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며 자금이 묶였다.
이 기간 당장 영업을 이어가기 위해 적금을 깨거나 대출을 받았다는 입점 점주들의 테넌트 점주들의 사연이 잇따랐다. 한 일식 프랜차이즈에서는 홈플러스 입점 점주에게 1년 무이자로 현금 1000만원을 빌려주는 사례도 나왔다. 다만 여전히 1월분 대금을 받지 못한 테넌트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국 홈플러스 테넌트는 8000여개다. 여기에는 다이소, 올리브영 등 대기업 브랜드 매장도 있지만, 대부분은 식당·카페·꽃집·미용실 등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이다.

이후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11일 홈플러스 회생채권 조기 변제 허가를 결정했다. 이에 홈플러스는 상세 지급 계획을 수립해 각 협력 업체에 전달하고,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에게 우선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변제 허가 신청 규모는 지난 1월·2월분 미지급 정산대금 약 1127억원으로 알려졌다.
정산금을 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던 점주들은 한숨을 돌렸다면서도 여전히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홈플러스 경영 상황에 따라 다시 자금줄이 막힐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다. 아예 개인 단말기를 들인 테넌트도 생겼다. 익명을 요구한 B 점주는 "홈플러스 측에서 걱정하지 말라고 하면서도 언론에 인터뷰도 응하지 말고, 자체 단말기도 도입하지 말라고 했다"며 "지점이나 업종마다 정산 여부나 안내가 다 다른데 어떤 말을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점주들은 대금 정산 기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른 대형마트인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정산일이 익월 10일로 최대 40일 안에 돈을 받을 수 있지만, 홈플러스는 20일 더 길어 정산까지 최대 60일이 걸린다는 이유에서다. 현행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른 대금 정산 기간은 40~60일이다.
홈플러스 입점 점주들이 참여한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와 대규모점포 입점점주협의회는 전날 입장문을 통해 "티메프 사태를 통해 대규모 유통업법이 입점업체들의 정산금을 보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드러났는데도 불하고 여전히 정산기간 단축과 정산금 보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정산 대금의 유용이나, 기업회생절차에 대비해 협력업체들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홈플러스는 연일 입장문을 내며 쏟아지는 우려 불식에 나섰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모든 대금을 한 번에 지급할 수는 없음에 따라 각 협력사들과의 개별적인 협의를 통해 순차적으로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대금 지급이 지연돼 협력사가 긴급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경우 그로 인한 이자 비용도 지급할 계획으로 협력사와 임대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광찬 기자(chan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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