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 기종인 PS3와 X박스360은 초 고화질과 실감 음향을 제공하며 게이머들에게 환상적인 게임을 경험하게 한다. 게임 개발자들도 자신이 구현할 수 있는 최대한의 깊이를 담아 가장 현란하고 실감나는 형태로 표현할 수 있는 툴인 이 게임기를 ‘로망’으로 간주한다.
그러나 게임 좋아하기로 소문이 자자한 국가 중 상위에 꼽히는 한국에 저런 소식이 전해지면 그건 ‘뉴스’를 넘어서 ‘토픽’이 된다. 게임기 발매 전날 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서 잠을 잔다거나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하면 “미친 거 아냐?”라는 소리를 듣는다. 왜? 한국에선 그 게임기가 신통치 못한 대접을 받기 때문이다. 소니와 MS가 내놓은 이 게임기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전세계적으로 수천만 대가 팔려나가고 있고 시장 조사기관들은 각 대륙별 판매집계 추정치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한국과 중국 등 동아시아 게임 시장에선 이러한 통계가 집계되지 않는다. 유의미한 숫자가 잡힐 만큼 팔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양사의 한국 지사도 관련한 수치를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관련업계 종사자들은 최신 버전인 PS3와 X박스360이 각각 20만대도 팔리지 않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시장에서의 이러한 굴욕은 온라인게임 위주로 형성된 시장 구조와 남다른 교육열, 가정 문화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인프라의 급속한 발달에 힘입어 게임시장은 PC 기반의 온라인게임 위주로 형성됐다. 한국의 전반적인 소득수준이 고가의 게임기와 게임패키지의 수요를 감당하기엔 충분치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이같은 게임기는 게임기 자체보다 게임 패키지의 판매에서 수익을 얻게 마련이다. 게임기에 집약되는 기술수준이 높아질수록 더욱 그러하다.
그러나 한국시장에 만연한 불법복제는 이러한 수익모델 추구도 어렵게 만든다. 참고할 만한 것은 교육열과 가정 문화다. 한국의 부모들은 PC를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 학습보조기구’로 생각하고 초고속인터넷은 “나는 필요 없지만 아이에겐 공기와 같은 필수품”으로 여긴다.
반면, TV수상기에 연결해 순전히 게임만 즐기는 게임기는 ‘악(惡)’으로 간주한다. 자녀의 대학진학에 걸림돌이 되고, 자신들이 뉴스나 드라마를 보는 데 방해물이 되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에듀테인먼트 기기로서의 가능성을 어필한 닌텐도의 휴대용게임기 닌텐도DS와 Wii가 선전한 이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의 ‘맹모(孟母)’들이 건재하는 한 국내시장에서 비디오 게임의 미래는 어두울 뿐이다.
글|서정근 기자 antilaw@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