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수기자] 대한약사회가 감기약·해열제 등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의 수용 여부를 놓고 격렬한 내부 토론을 거쳤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총회에는 282명(위임 14명 포함)의 대의원이 참석해 안건으로 상정된 '복지부와의 협의 가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252명의 대의원 중 찬성 107표, 반대 141표, 무효 4표로 찬성과 반대 어느 쪽도 의결정족수 142표를 넘지 못해 안건 자체가 채택되지 못했다.
약사회 관계자는 "의약품 약국외 판매에 대한 반대 의견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의결정족수를 넘지 못해 정식 부결된 것이 아니다"며 "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수용하겠다는 집행부의 발표는 유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총회에서 상비약 편의점 판매 협의안에 대한 부결로 인해 약사회는 총회 결과에 영향을 받지 않고 보건복지부와의 협상을 이어가게 됐다.
하지만 향후 약사회의 내부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며, 이는 정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당초 약사회는 가정상비약의 약국외 판매에 반대해왔지만 '국민 편익을 외면한 집단이기주의'라는 여론이 거세지면서, 지난해 12월 가정상비약의 편의점 등 24시간 국민이 접근 가능한 곳에 국한해 판매한다는 방안을 수용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보건복지부와 관련 사안을 논의해왔다.
그러나 수용 직후부터 약사계 내부에서 "집행부가 보건복지부와 협의를 진행할 때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소수 임원이 무단 결정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는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약사회 집행부가 직접 대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입장을 정리하기 위해 이날 총회를 열어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이번 총회 결과에 대해 복지부는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상비약 약국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개정안의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 임채민 복지부 장관도 지난 25일 "반의약품 약국외 판매 허용 법안을 일정대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임 장관은 "임시국회 일정이 정해지면 (보건복지위) 상임위원회에서 이 법안이 논의될 것"이라며 약사법개정안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한편, 이날 총회에서 김구 약사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대의원들이 복지부와 협의를 중단하는 것으로 결정하면 회장직을 사퇴하고 집행부 전원이 함께 퇴진할 것"이라고 강경한 의사를 피력했다. 전국 12개 지부장도 김 회장과 뜻을 같이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이번 표결이 무효로 결정되면서 김 회장 역시 회장직을 계속 유지하게 됐다.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총회는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가진 대의원들이 상대의 의견 개진에 야유를 보내고 욕설을 내뱉는 등 첨예한 의견 대립 속에 아수라장을 방불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격렬한 토론은 오후 6시까지 이어졌고 정회 끝에 오후 7시께 투표가 시작됐다.
정기수기자 guyer73@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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