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숙기자] "박근혜의 힘이다."
11일 실시된 19대 총선 개표 결과 새누리당이 원내 1당을 유지하게 되자 당내에선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지난해 10.26 재보궐 선거 직후만 하더라도 '100석도 건지기 어렵다'는 비관론이 지배했던 새누리당이었다.
그러나 이날 새누리당이 받아든 성적표는 예상 밖이었다. 텃밭인 영남을 기반으로 강원·충청을 사실상 싹쓸이하면서 과반 의석까지 내다보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을 수렁에서 건져낸 것은 박근혜 중앙선대위원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위원장은 지난 연말 침몰 위기에 놓여 있던 '한나라당호(號)'의 선장을 맡아 당명을 바꾸는 등 대대적 쇄신을 이끌었고 총선을 주도했다. 당내에서 "박근혜 개인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였다.
결과적으로 '박풍(朴風)'은 텃밭인 대구·경북(TK) 뿐만 아니라 지난 18대 총선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던 강원·충청 지역에서 의외의 선전을 가져왔다. 박 위원장은 '선거의 여왕'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확인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박 위원장은 향후 여권 유력 대권주자로서의 행보를 힘있게 밟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충청권과 야권에 넘어간 것으로 여겨졌던 강원에서의 선전은 새누리당 지지세가 중원으로 확장됐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박 위원장의 대권행보에 적지 않은 힘이 될 전망이다.
다만 대선의 막판 승부처로 여겨지는 수도권에서 사실상 참패한 것은 장애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박 위원장은 13일의 공식 선거운동 기간 중 8일을 수도권에 '올인'하며 집중 유세에 나섰지만 야권에 대다수 의석을 내줌으로써 수도권 지지세를 확장하기 위한 그의 고민은 깊어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총선 이후 이어질 대선 정국에서 본격화될 야권의 공세도 방어해야 한다. 민주통합당 등 야당은 총선 정국에서부터 박 위원장을 현 정부 실정의 공동 책임자로 규정하고 '심판론'의 대상으로 삼아왔다. '정수장학회' 문제도 털고 가야 할 숙제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내에서는 박 위원장이 현 정부와 더욱 분명히 선을 긋고 가야 한다는 요구가 쇄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미숙기자 come2ms@inews24.com 사진 정소희 기자 ss08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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