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익현기자] 삼성과 애플 간 특허 소송이 갈수록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급기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와 연방 항소법원 소송이 같은 날 열리게 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미국 ITC는 1일(이하 현지 시간) 애플이 삼성을 제소한 특허 소송 최종 판결을 9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ITC는 이날 "애플이 주장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와 그에 따른 미국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하는데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오는 9일은 삼성 제품 판매금지 관련 항소심이 예정돼 있는 날. 이 소송은 지난 해 삼성과 애플간 연방법원 1차 특허 소송의 첫 항소심이다. 루시 고 판사가 삼성 제품을 판매금지해달라는 애플의 요청을 기각하자 애플이 곧바로 항소하면서 열리게 된 재판이다.
여기에다 아이폰4를 비롯한 애플 제품에 대한 수입금지 역시 다음 주 초 결판이 난다.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오는 5일부터 본격 적용되기 때문이다.
◆ ITC "삼성 제품 수입금지 결정 위해선 더 많은 정보 필요"
ITC가 판결을 연기한 소송은 애플이 지난 2011년 7월 삼성을 제소한 건이다. 당시 애플은 삼성이 터치스크린을 비롯해 자사 특허권 6개를 침해했다면서 삼성을 제소했다.
이 소송은 1년 3개월 만인 지난 해 10월 예비 판결이 나왔다. 토머스 펜더 판사는 예비판결에서 삼성이 터치 스크린 등 소프트웨어 기능 특허 3건과 디자인 특허 1건 등 총 4건의 애플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반면 아이폰 외관을 포함한 2개의 특허권은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판결했다.
하지만 이 소송을 올 들어 재심을 거듭했다. 1월 초 ITC 전원 재판부가 예비판결을 한 행정 판사에게 재심을 지시한 것. ITC는 행정판사에게 ▲컴퓨터 화면에서 반투명한 이미지를 중첩하는 기술(특허번호 922)와 ▲오디오 헤드셋 인식 관련 특허(특허번호 501) 등 두 개 사항에 대해 재심한 뒤 4월까지 결과를 보고하라고 명령했다.
펜더 판사는 ITC 명령대로 4월 재심 결과를 발표했다. 재심에선 삼성이 오디오 헤드셋 인식 관련 특허권은 침해하지 않았다는 판결이 나왔다. 반면 반투명 이미지 중첩 기술 관련 특허 분쟁에선 애플에 좀 더 유리한 판결을 했다.
행정 판사의 재심 결과가 나오자 삼성과 애플 모두 불만을 나타냈다. 두 회사 모두 재심 요청을 한 것. 결국 ITC는 지난 5월 좀 더 많은 정보를 취합한 뒤 8월1일에 최종 판결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ITC는 이날 또 다시 수입금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선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최종 판결 시한을 8일 더 연기했다.
◆연방법원 항소심선 '갤럭시S 판금' 놓고 공방 벌일듯
ITC 최종 판결이 나오는 날 시작될 항소심 역시 관심을 끌고 있다. 9일 열릴 항소심은 지난 해 8월 새너제이 지역법원에서 배심원 평결이 나온 삼성과 애플 간 1차 특허소송의 첫 항소심이다.
이 소송의 배심원 평결이 나오던 지난 해 8월까지만 해도 삼성이 완패하는 분위기였다. 당시 배심원들은 "삼성이 애플 특허를 고의로 침해했다"면서 10억 달러 이상의 배상금을 지불하라는 평결을 내놨다. 또 삼성이 애플 특허 10개를 침해한 반면 애플은 삼성 특허권을 전혀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평결했다.
하지만 루시 고 판사의 1심 최종 판결 과정에서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그 첫 신호탄이 바로 삼성 제품 판매금지 요청 기각이었다. 루시 고 판사는 지난 해 12월 특허 침해한 삼성 제품을 판매금지해달라는 요청을 기각하면서 애플에 첫 패배를 안겨줬다.
이후 루시 고 판사는 배상액 산정도 잘못됐다면서 추가 재판을 통해 재산정하라고 명령했다. 배상금 재산정을 위한 추가 재판은 오는 11월 시작된다. 9일 열리는 항소심은 1차 특허 소송 중 판매금지 부분에 대한 것이다.
애플은 9일 시작되는 항소심에서 특허 침해한 제품으로 계속 미국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근 미국 사법부가 판매금지에 대해선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항소법원이 1심 재판부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별도로 삼성이 ITC에서 받아낸 아이폰4 수입금지 판결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지 여부도 관심사다. 미국 의원들을 비롯해 통신사, 소프트웨어업체들이 최근 오바마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오는 5일부터 아이폰4와 아이패드2 등에 대한 미국 내 수입은 금지된다. 애플이 이 제품 대부분을 중국에서 조립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수입금지 조치는 판매금지와 같은 효과를 낼 전망이다.
김익현기자 sin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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