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경기자] 지난 밤 우리 정부가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참여를 결정한 것에 대해, 27일 하나대투증권은 "경제적 실리를 얻을 가능성이 높아 우리 금융시장에 호재가 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는 지난 26일 밤 "한국이 AIIB에 예정 창립 회원국으로 참여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중국에 서한으로 통보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AIIB는 그동안 낙후됐던 아시아 지역의 지속적 성장과 사회발전을 위한 인프라 투자를 지원하기 위해 새롭게 설립되는 다자개발은행이다. 그동안의 국제 경제기구가 미국 주도였던 것에서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는 것이어서 우리 정부의 가입 여부가 주목됐던 사안이다.
기획재정부는 가입 배경에 대해 "AIIB가 향후 본격적으로 운영될 경우 아시아 지역에 대형 인프라 건설시장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AIIB 참여결정으로 건설·통신·교통 등 인프라 사업에 경험이 많은 우리 기업들의 사업참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가 AIIB 가입을 선언한 것은 신실크로드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본금 1천억 달러 규모의 AIIB에 참여한 아시아 국가들만 해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1을 차지하고 있으며, AIIB의 궁극적인 목적인 신 실크로드 경제권은 유라시아 대륙뿐만 아니라 중동과 아프리카에 걸친 20조 달러에 달하는 대형 시장이라는 것이다.
중국은 현재 육상과 해상에서 각각 새로이 실크로드를 구상하는 중이다. 육상 실크로드는 동북아시아에서 중앙아시아와 이스탄불을 거쳐 독일까지, 해상 실크로드는 동북아시아에서 동남아시아와 인도양을 거쳐 유럽에까지 이르는 경로를 지칭한다. AIIB에서 마련한 자금은 이 실크로드 구간의 인프라투자에 사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소 이코노미스트는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이를 위해 중국 정부가 1조 6천억달러를 지출할 계획을 갖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14년 세계 GDP의 2%이자 한국 GDP를 넘는 규모"라면서 "인프라 투자로 인한 승수효과와 후방효과를 감안하면 상당한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밖에 없는 이슈"라고 설명했다.
특히 중국 정부의 의지와 주변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신실크로드 사업의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중국이 과잉투자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 북동부 지방 개발을 통해 경기를 부양하고자 하며, 대외적으로는 역내 경제권 형성을 통해 향후 미국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노리는 점, 그리고 인도 및 러시아 등 주변국 입장에서는 열악한 인프라 투자 유치를 통해 경제성장을 도모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아시아 지역의 막대한 인구, 빠른 도시화, 교역·물류·유통의 확대 등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철도, 도로, 항구, 공항, 에너지 등 기반시설에 대한 투자가 초기에 계획될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봤다.
소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정부지출에 대한 승수효과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화학, 석유정제, 철강 등 전통산업에 우호적인 재료"로 파악하고, "사회간접자본 투입은 건설, 제조업, 운송 등의 성장을 유발하는 만큼 이들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국제 역학상으로는 금융산업의 성장과 M&A 활성화를 촉발할 소지도 있다"고 관측했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AIIB 참여를 통해 경제적 실리를 추구했고, 향후 신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우리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호재로 인식될 것이란 결론이다.
다만 중국의 기술력 향상에 따른 경쟁심화 및 동아시아를 둘러싼 정치적 변수들에 대해서는 꾸준한 관찰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혜경기자 vixe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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