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배기자] 한글과컴퓨터는 왜 다시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하기로 결정했을까.
한컴은 지난 2013년 3월부터 이홍구 단독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해 왔다. 2010년 10월 소프트포럼이 한컴을 인수하면서 공동대표를 맡아온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이 물러나면서부터다.
당시 한컴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김 회장의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라는 이유를 댔다. 이를 통해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 경영 투명성과 건전성을 더욱 공고히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한컴의 최대주주인 소프트포럼의 최대주주다.
그러나 '소유와 경영의 분리'라는 말이 무색하게 2년 9개월 가량이 지난 최근 한컴은 다시 복수 대표이사 체제로 돌아갔다. 차이점이라면 2010년에는 공동 대표 체제, 이번엔 각자 대표 체제라는 점이다.
◆책임경영인가 족벌경영인가
사실 지금까지 김 회장의 경영 방식에 대한 외부의 평가는 곱지만은 않았다. '족벌 경영'이라는 비판도 많았다.
오너인 김 회장뿐 아니라 그의 부인인 김정실 사내이사가 상근 등기임원으로 이사회에 참여하며 경영에 관여하는 데다 올 3월부터는 딸인 김연수 씨까지 사내이사로 선임돼 한컴의 미래전략실을 총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오너 일가가 사내이사가 되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한컴 역시 김 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유 중 한 가지로 책임경영 강화를 꼽는다.
한컴은 그 동안 이홍구 대표이사 부회장 체제에서 19분기 연속 매출 증가라는 신기록 행진을 이어왔지만 해외사업만큼은 뜻대로 안 풀렸다. 지난해 기록한 매출액 758억원 가운데 수출은 불과 22억원에 그쳤다.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오너가 직접 해외사업을 챙기며 해외시장 확대에 힘쓰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인수합병(M&A) 전문가로 통하는 김 회장은 사업가의 길로 들어서기 전 금호전기 영업본부장을 거친 '영업맨'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이미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한컴은 지난달 남미 아르헨티나 최대 기업용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파이버콥'에 아직 출시도 안 된 글로벌 한컴오피스 프로그램을 판매하는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한컴 관계자는 "최근 중남미 시장 오피스 제품 선(先)수출 건과 중국 최대 오피스 SW 기업 킹소프트와 제휴 건 등은 회장님이 계약현장을 오가는 등 직접 나선 결과"라고 전했다.
한컴도 경영과 소유를 분리한다던 김 회장이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선 데 대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신속한 의사결정 체계 수립과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여기에 '나홀로 대표'보다는 복수 대표가 M&A 전략으로 덩치를 키우고 있는 한컴을 이끌기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어느새 한컴은 무려 14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종합 SW 기업'으로 자랐다. 올해만 해도 국내외 SW 회사 3곳을 인수했다. 핀테크, 음성인식 기반 통번역 서비스 등 신사업을 위한 5개의 법인을 새로 만들기도 했다.
한컴 관계자는 "'SW종합상사' 개념으로 국내 SW 업체들과 연합군을 만들어 해외시장으로 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국배기자 verme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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