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으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는 유통업계가 정보기술(IT) 개발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톡옵션(주식매수청구권)이나 거액의 사이닝보너스(계약금)를 인센티브로 제시하는 등 파격 조건을 내세우며 IT 개발자 확보를 위한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는 모습이다.
1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통업체들이 온라인 플랫폼과 이커머스 등 디지털 사업에 사활을 걸면서 IT 개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소비가 확산되며 유통채널의 무게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이동하며 디지털 전환은 생존을 위한 필수가 됐다. 특히 신생 플랫폼 업체는 물론이고 개별 업체의 자체 온라인몰(D2C) 사업도 활발해지면서 IT 개발 수요가 크게 늘어난 반면, 경력 개발자를 구하는 것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어 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온라인 패션플랫폼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단순히 온라인상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취향을 고려해 그에 맞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자체 알고리즘 개발을 통해 차별화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그 외에도 이커머스 특성상 서비스 확대를 위해서는 IT 개발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늘 인력이 부족하지만, 새로 구하기는 더 어렵고 개발자들의 몸값은 점점 올라가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IT 개발자 확보에 나서고 있다. CJ ENM의 커머스 부문인 CJ온스타일은 올해 초부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IT 인력 공개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세 자릿수 모집 규모로, 플랫폼 개발부터 앱 개발, 정보보안 등 총 16개 분야의 경력 인재를 각 부문이 충원될 때까지 상시 채용하기로 했다.
CJ온스타일은 디지털 기반의 모바일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디지털 혁신을 위해 기존 이커머스 조직을 보다 세분화해 전문 인력을 배치했다. 지난해 9월에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추진 담당을 새로 영입해 IT분야의 최신 업무 트렌드에 맞춘 유연한 업무 체계와 효율적인 조직 개편을 실시하기도 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위해 IT 인재 충원은 물론, 직간접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공격적인 역량 강화를 지속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온도 지난해 말 세 자릿수 규모의 IT와 사용자경험(UX) 직군 경력 개발자를 모집에 나섰다. 롯데온 론칭 이후 첫 대규모 공개 채용으로, 플랫폼 개발과 운영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를 확보해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차별화된 쇼핑 플랫폼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온은 특히 IT 개발자 채용을 위해 유연근무제에 따라 본인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점과 자기계발지원금, 아마존웹서비스(AWS) 정규 교육 등을 통해 역량 향상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IT 개발자 인력 확보를 위한 각종 유인책도 내걸고 있다.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SSG닷컴은 개발자가 선호하는 지역을 고려해 서울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폴리스에 위치한 사옥을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로 옮기는 방안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본사 1천여명의 직원 중 절반가량이 개발자로, 개발 인력 전원에게 스톡옵션도 부여했다. IT 개발자의 몸값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핵심 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한 차원이다.
온라인 명품 플랫폼 머스트잇은 다음 달 6일까지 경력 IT 개발자를 모집하면서 시니어급 개발자에게 보너스 사이닝보너스 1억원과 스톡옵션 2억원 중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주니어나 미들급 개발자에게도 스톡옵션 1억원을 무조건 지급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쿠팡은 개발자에게 입사 시 사이닝 보너스 최소 5천만원을 지급했다. 마켓컬리도 지난해 대규모 개발자 채용에 나서며 업계 최고 수준 처우와 스톡옵션 부여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 개발자가 귀해지면서 일각에서는 가진 역량에 비해 지나치게 몸값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어 좋은 개발자를 찾는 것은 더 어려운 것 같다"며 "경력 개발자는 보통 팀 단위로 움직이는 경우가 많고, 업체 간에 인력 뺏기와 지키기 경쟁이 벌어지며 입사할 때 거액의 사이닝보너스를 바로 지급하는 것 같은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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