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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무역 서류 '인터넷↔팩스' 논쟁


 

남한 기업이 북한 상품을 들여올 때 필요한 '원산지 증명서'의 발급 방법에 대한 문제를 놓고 남북 정부가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북한이 지난 29일 그동안 팩스로 처리하던 이 업무를 인터넷으로 확대해 서비스한다고 발표하자, 남한 정부가 북한에 공문을 보내 난색을 표하고, 북한이 다시 2일 인터넷을 통해 이를 반박하는 등 신경전이 확대되고 있다.

북한 조선복권합영회사(이하 조복)는 지난달 29일 조복이 운영하는 바둑 사이트(www.mybaduk.com)를 통해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이하 민경련)으로부터 위임을 받아 그동안 팩스로만 하던 '원산지 증명서' 발급 서비스를 인터넷으로도 확대 제공한다"는 요지의 공지문을 올렸다. 조복은 공지에서 똑같은 내용의 통지문을 남한 주무부처인 관세청에도 보냈다고 밝혔다.

그러자 관세청은 뒤늦게 언론보도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접하고 통일부 및 국정원과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북한 민경련에 팩스 통지문을 보냈다.

관세청은 이 통지문에서 ▲메일 및 조복 홈페이지 글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해 줄 것과 ▲('원산지 증명서' 발급 사업에) 제3의 민간기업이 개입해 복잡성 조성되고 있는데 우려를 표명하는 한편 ▲원산지 증명서는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인터넷 공개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경련은 이에 대해 2일 조복 바둑 사이트를 통해 다시 공지를 내고 ▲민경련이 직접 관세청에 메일을 보냈는데도, 언론에서 안 것처럼, 사실 여부를 확인해달라고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으며 ▲민경련이 발급한 서류를 조복이 전달하는데 어떤 복잡성이 있는 지 이해할 수 없고 ▲인터넷에 일반적인 교역내용을 올리는 게 무엇이 문제인지 알 수 없다고 반박했다.

민경련은 특히 "북남간의 원산지 증명서 발급 통보 사업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루어지도록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 인터넷을 통한 방법임은 귀측에서도 잘 알고 있으리라 봅니다"며 인터넷 발급을 다시 촉구했다.

[미니해설]

이번 원산지 증명서 발급 인터넷 발급 논란은 남북 정부 사이의 대화가 얼마나 단절돼 있는 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해 남북이 기본적으로 불신 상태에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 오히려 더 적절하다.

논란1: 통지시기

29일 보도가 나가자 관세청은 국정원 및 통일부와 합의한 뒤 31일 민경련 쪽에 팩스를 보내 조복이 28일 보내온 메일과 29일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공지가 민경련의 공식적인 입장인 지를 확인해달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민경련은 2일 조복 홈페이지를 통해 올린 글에서 "귀측은 마치 관세청이 남측의 언론보도를 보고서 조복이 자기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원산지 확인 관련 통보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처럼 언급했다"며 "이런 통보는 조복이 남측 언론에 한 것이 아니라 관세청의 관리자 전자 우편주소로 직접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경련 공지를 왜 못믿느냐는 것이다.

관세청은 이같은 민경련 주장에 대해 "민경련 메일은 28일(일요일) 오후 9시22분 관세청 웹마스터에 불시에 전달돼 주무부서에서는 29일 오전 언론 보도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고 해명했다. '기습 통지'였던 것이다.

중요한 정책 결정을 야밤에 기습적으로 보낸 북한이나, 전화 한 통화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일을 실정법이라는 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국을 통해 팩스로 돌고 돌아 사실을 확인하는 남한이나, 서로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큰 지, 또 대화가 얼마나 단절됐는 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논란2: 민간기업의 개입

관세청은 31일 북한 민경련에 보낸 팩스 통지에서 (설사 이번 사업이 민경련이 주도한 것이라 해도) '제3의 민간기업이 개입돼 복잡성이 조성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북한의 사업을 우회적으로 거부했다.

이에 대해 민경련은 2일 조복 홈페이지를 통해 띄운 공지에서 "민경련이 발급하는 원산지 증명서류를 복권회사가 신속하고 편리하게 전달하는 데 무슨 복잡성이 있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기업과 정부'에 대한 남과 북의 이해 차이에서 비롯되는 논란이다.

논란3: 영업비밀 문제

관세청은 31일 북한 민경련에 보낸 팩스 통지에서 "인터넷에 공개하면 영업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며 북측 사업을 우회적으로 거부했다.

이에 대해 민경련은 2일 조복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기업은 남한 정부의 승인을 받아 남한 법에 따라 원산지, 수출자, 수입자, 상품명 등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표식하고 있다"며 "이를 인터넷에 공개하는 것이 무슨 영업비밀 침해냐"고 따지고 들었다.

이 또한 '기업과 정부'에 대한 남북의 이해 차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박 사이트 '주패'로 불거진 통일부와 조복의 갈등이 서로의 불신을 키워, 북한 정부기관인 민경련과 남한의 관세청, 통일부, 국정원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균성기자 gsle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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