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LG화학이 미국에서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면서 파장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주요 품목의 수입금지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LG화학은 29일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ITC, 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와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SK이노베이션을 '영업비밀(Trade Secrets) 침해'로 제소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ITC에 2차전지 관련 영업비밀을 침해한 SK이노베이션의 셀,팩, 샘플 등의 미국 내 수입 전면 금지를 요청하는 한편,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 법인(SK Battery America) 소재지인 델라웨어 지방법원에 영업비밀침해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2차전지 관련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 자료 발견"
LG화학이 소송을 제기한 배경에는 핵심기술이 다량 유출된 구체적 근거를 확보하면서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전지사업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2017년 2차전지 핵심기술이 유출된 자료들을 발견했다"며 "미국에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ITC 및 연방법원이 강력한 증거개시(Discovery)절차를 둬 은폐가 어렵고, 소송결과에도 큰 영향을 주는 제재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증거개시절차란, 미국소송의 당사자는 보유하고 있는 소송과 관련된 각종 정보 및 자료에 대해 상대방이 요구할 경우 제출할 법적 의무가 있으며, 이를 통하여 소송 대리인들은 상대방의 증거자료에 접근이 가능한 제도다.
LG화학이 제기한 2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에 따른 수입금지요청에 대해 ITC가 5월 중 조사개시 결정을 내리면 내년 상반기에 예비판결, 하반기에 최종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의 핵심인력 빼가기 통해 기술유출"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핵심인력 빼가기에 대해 비판하고 나섰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했다.
이 가운데는 LG화학이 특정 자동차 업체와 진행하고 있는 차세대 전기차 프로젝트에 참여한 핵심인력들도 다수 포함돼 있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의 입사지원 서류에는 2차전지 양산 기술 및 핵심 공정기술 등과 관련된 LG화학의 주요 영업비밀이 매우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담겨 있는 것을 확인했다.
입사지원 서류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의 실명도 기술하도록 돼 있었다는 것이 LG 측 설명이다. 지원자들은 집단 공모해 LG화학의 선행기술, 핵심 공정기술 등을 유출했고 개인당 400여건에서 1천900여건의 핵심기술 관련 문서를 다운로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차례 경고에도 영업비밀 유출 계속돼 법적 대응"
LG화학은 이번 법적 대응에 앞서 2017년 10월과 2019년 4월 두 차례 SK이노베이션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도 경고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이 핵심 인력 빼가기와 기술유출 행위를 지속하면서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법적 대응을 결정했다고 LG 측은 밝혔다.
LG화학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은 이들을 통해 유출된 LG화학의 영업비밀 등을 이용해 선두업체 수준의 자동차용 2차전지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대폭 절약했다"며 "이러한 점들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시작한 배경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은 "세계 최고 수준인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1990년대 초반부터 30년에 가까운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대처해 오랜 연구와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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