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기술유출 소송으로 인해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배터리 사업까지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 미국법인에 이어 헝가리법인까지 문제 삼고 나서면서다.
13일 미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연방공보에 따르면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미국법인(SK Battery America, Inc. of Atlanta)과 헝가리법인(SK Battery Hungary Kft of Hungary) 등이 관세법을 위반했다며 일부 부품의 수입금지명령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특히 LG화학이 현재 준공 중인 SK이노베이션 헝가리 법인까지 문제를 제기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의 미국시장뿐 아니라 EU 시장까지 견제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ITC 제소에서 승소할 경우 향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를 비롯해 세계무역기구(WTO) 등으로 문제를 키워 SK이노베이션을 압박할 수 있어서다.
SK이노베이션은 유럽 내 주요 완성차 업체의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헝가리에 1·2공장을 건설 중이다. 지난해 초 건설을 시작한 1공장은 7.5GWh 규모이며 내년 초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 지난 2월 헝가리에 제2 배터리 공장 건설을 위한 9천452억원 투자를 결의했다.
유럽은 전기차로의 전환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배터리 수요가 가장 많은 곳이다. 이에 LG와 SK는 이미 유럽시장 선점을 놓고 부딪쳤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은 2022년부터 2029년까지 공급할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수주하면서 현재 공급사인 LG화학이 납품 중단을 선언했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증설 중인 미국과 유럽공장을 포함할 경우 SK이노베이션의 생산공장은 한국 1개, 유럽 2개, 중국 1개, 미국 1개 등 총 5개"라며 "중국은 조인트벤처이기 때문에 효력이 미치지 못하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의 미국법인에 이어 유럽까지 제소 대상에 삼은 것"이라고 말했다.
◆美 소송전의 발단은 폭스바겐 물량에서 비롯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소송에서 패할 경우 미국시장에서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SK이노베이션의 경우 ITC 소송결과에 따라 생산제한과 배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야 하는 탓에 미국 배터리 공장 증설 일정이 계획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미국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이 최근 공개한 소송장에 따르면 LG화학은 "폭스바겐의 미국 전기차 사업 (수주전)에서 SK이노베이션의 '승리(win)'가 LG화학의 사업을 제약하고 있다"며 "영업비밀 침해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폭스바겐 공급 계약을 비롯한 잠재 고객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LG화학이 소장에서 언급한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은 지난해 SK이노베이션이 폭스바겐으로부터 수주한 북미용 전기차 배터리 물량을 뜻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 수주 물량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 미국 조지아 공장을 착공했다. 오는 2025년까지 연 20GWh(기가와트시) 규모의 파우치형 배터리를 생산한다.
하지만 LG화학의 델라웨어주 소송과 함께 ITC 소송에서 패할 경우 치명상을 입는다. 공장이 완공된다 하더라도 배터리 셀 등 원재료나 국내 및 중국공장에서 생산된 샘플을 수입할 때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황유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화학의 경우 소송 비용은 추가될 수 있으나 경쟁사 추격 속도를 늦춰 배터리 수주 경쟁에서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게 되며, 제품가격 하락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이라며 "EV용 배터리 가치 하락을 최대한 방어해 배터리 실적을 끌어 올리려는 전략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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